결국 10만원 넘긴 호텔 ‘망고빙수’…“망고값은 내렸는데 왜?” [밀착취재]

김수연 2024. 4. 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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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망빙’시즌…올해도 ‘줄인상’ 예상
‘원조’ 신라호텔 10만2000원…4.1% 인상
국내 특급호텔들의 애플망고 빙수 가격이 올해 또 상승하며 10만원대를 넘어섰다. 과일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면서 망고 가격이 전년보다 많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지자 “망고빙수 값은 왜 올라간 것이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신라호텔에서 판매된 애플망고 빙수. 김수연 기자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오는 26일부터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판매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 9만8000원에서 4.1% 오른 10만2000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호텔 업계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가장 먼저 선보이며 ‘애망빙의 원조’라 불리는 신라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의 벽을 깨자 전반적인 체감가가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애망빙 원조’ 신라호텔, 가격 꾸준 인상…“비싸게 팔아도 안 남는다”

신라호텔은 제주산 애플망고를 내세워 2008년 제주 신라호텔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며 2011년 서울 신라호텔 메뉴로 고정됐다. ‘스몰 럭셔리’의 대표주자로 큰 인기를 끌며 다른 5성급 특급호텔에서도 고가의 망고빙수가 잇따라 등장했다.

워낙 고가로 이름을 날린 만큼 신라호텔의 망고빙수 가격은 매년 화제다. 첫 출시 가격은 2만7000원으로, 당시에도 비싼 가격에 속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가격이 인상돼왔는데, 주재료인 제주산 애플망고 가격이 비싸 원가율만 50~6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9년은 54000원, 2020년은 59000원, 2021년은 64000원, 2022년은 8만3000원 등으로 가격이 인상돼왔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엄선된 제주산이나 남해 애플망고 중 일정 당도 이상만 사용한다. 한 개 빙수에 1.5~2과가 들어가는데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손질이나 데커레이션 등 품이 많이 간다”며 “관리비, 인건비 등까지 더하면 사실상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다양한 연령층의 잠재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이벤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다른 주요 호텔도 인상 수순…“국내산 망고 값 올라”

신라호텔 외에도 일부 주요 호텔들 역시 올해 애플망고 빙수를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포시즌스호텔, 롯데호텔, 조선호텔, 워커힐호텔 등은 인상 여부를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시즌스호텔 서울이 출시한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포시즌스호텔 서울 제공
 
서울 포시즌스호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만원을 넘을 예정이다. 포시즌스는 지난해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를 전년 대비 31.3% 인상된 12만6000원에 내놓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주요 5성급 특급 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 빙수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호텔 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선 건 신라호텔이 본격 고가 빙수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이었다.

워커힐호텔은 내달부터 망고와 멜론이 들어간 빙수를 판매하며 가격은 7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롯데호텔 서울의 애플망고 빙수는 9만2000원이었고,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의 애플망고 빙수는 7만8000원이었으며 올해 가격을 논의 중이다.

호텔 간 고가 빙수 마케팅이 불붙자 일각에서는 “망고 값은 내렸다는데 왜 망고빙수 값은 올라가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간 호텔들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인상을 가장 먼저 꼽아왔는데, 오히려 망고 시세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입 망고 가격은 개당 3534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6% 하락했다. 정부는 앞서 신선과일 수입량을 확대하면서 할당관세 품목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 같은 비판에 국산 망고를 사용하는 일부 호텔들은 “수입 망고 가격은 내렸지만 국산 망고는 올랐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망고 가격(특등급 3㎏ 한 상자)은 평균 16만8750만원으로, 전년 같은 날보다 22.3% 상승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수입 망고를 사용하는 일부 다른 호텔과 달리 저희는 오로지 최상급 국산 망고만으로 만든다. 수입 망고로 빙수를 만들면 2만원도 안 되는데 당연히 비싼 가격을 책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안 익은 망고를 따서 후숙을 거치는 수입 망고는 물컹물컹한 식감이지만, 익은 상태에서 따는 국내산은 과육이 단단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산 망고 원가율을 고려했을 때 저희 빙수 가격 상승률은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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