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덕후 연상호 감독 "시즌2? 미국판? '더 그레이' 통해 확장됐으면" [MHN인터뷰]
"순수하게 팬픽 느낌으로 작업...너무 재밌었어요"
"공존, 조직에 대한 이야기...중요한 논제죠"
"나올 얘기 많아...'더 그레이'가 계기 됐으면"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어쩌면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성공은 연상호 감독이 느꼈을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재창작했다. 지난 5일 공개 후 2주 연속 순위 집계 사이트 넷플릭스 Global Top10(글로벌 톱10) TV(비영어권) 부문 정상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애초에 이번 작품은 원작에 대한 연상호 감독의 팬심이 크게 작용했다. 판권을 가진 일본 제작사 고단샤에 기획안을 전달하고, 원작 작가에게 허락을 맡고, 한국을 배경으로 재구성해 제작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 대해 연 감독은 "정말 재밌었다"라며 "순수하게 팬픽 같은 느낌으로 했다"라고 전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새로운 인물을 설정해 이야기를 꾸렸지만, 원작이 가진 '공존'에 대한 메시지는 결코 잃지 않았다. 연 감독은 특히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 형태의 핵심은 결국 조직이다. 여러 조직의 형태를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다. 모든 캐릭터가 조직과 연관된다"라며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 대해 주목했다.
"체구가 작은 여성인 준경이 그레이팀의 수장이라는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죠. 또 인간이 제일 처음 만나는 기본 조직이 가족이잖아요. 거기서 탈락한 인물이 그 반대편에 서있어야 했어요. 또 인간 생존방식 역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생을 하는 거잖아요. 수인이 마지막에 깨닫는 것도 결국 인간은 의지해서 살아간다는 것이고요."
"조직이란 건 중요한 논제인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주제이기도 해요. 예전 냉전시대에는 두 개의 이데올로기가 오히려 더 명확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 뒤엉켜있잖아요.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 애매모호한 시대 같기도 해요. 뭘 믿어야 할지 모르는 사회 같고요."
연 감독의 '더 그레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캐릭터다. 원작의 설정은 그대로 가져와 활용했으나, 캐릭터는 모두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주인공 수인과 하이디의 공존 이미지부터 큰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는 오른손에 기생생물이 자리해 주인공 신이치와 서로 대화를 하게 되지만, '더 그레이'에서는 수인의 오른쪽 얼굴에서 기생생물 하이디가 출현한다. 게다가 둘 중 한 명만 깨어있을 수 있기에 마주보고 대화할 수 없다. 이 같은 변주의 의도는 뭐였을까. '소통과 이해'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소통 방식에서의 차이가 크죠. 수인과 하이디라는 굉장히 다른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클라이맥스가 돼야 한다고 봤어요. 그게 극적이기 위해서는 직접 소통을 못 하는 관계여야 했죠. 그걸 극복해 소통하고 인정하는 관계가 돼야 했어요."
"수인과 하이디는 엔딩까지 갈등을 해요. 그 갈등 과정에서 서로 소통 못하니까 강우도, 철민도 필요한 거죠. 그들의 화해에 여럿이 필요하기에 주제적인 면에서도 더 좋을 것 같았고요."
독립영화에서 보고 반했다는 전소니부터 연 감독 연출작 '반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정현, 연 감독이 극본에 참여한 드라마 '괴이'에 출연했던 구교환 등이 출연했다.
연 감독은 먼저 전소니에 대해 "대본 작업하면서 전소니가 그림체에 잘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라며 "수인이 가진 근원적 외로움이 얼굴에 잘 묻어났다. 세밀하게 세공해서 그려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교환에 대해서도 "수인과 하이디는 성격적으로 티키타카가 힘들다. 그 중간에 강우가 필요했다. 너무 무거운 느낌의 배우보다는 원작이 가진 발랄함 같은게 있었으면 했다. 구교환은 그런 것에 대한 캐치를 잘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현에 대해서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클 것 같다. 그의 출산과 회복 기간까지 고려해 촬영할 정도로 캐스팅에 진심이었으나 '더 그레이'가 공개된 후 시청자 반응이 썩 좋지 못했다. 다소 과한 연기톤이 집중을 방해한다는 것. 그러나 연 감독은 자신의 의도를 충실히 이행해 준 것이라며 감쌌다.
"준경은 내면의 고통을 감추기 위해 가짜 광기라는 가면을 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에는 준경이 가짜 가면을 벗는 과정도 있죠. 초반의 연극적인 모습들이 준경의 진짜 모습은 아니에요. 마트에서의 플래시백 이후의 얼굴이나, 남편 기생수가 죽고 나서의 얼굴이 진짜죠. 이정현 배우가 그런 차이를 잘 그려낸 것 같아요."
총 6편의 이야기가 공개된 후 마지막 장면은 시즌2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원작의 주인공인 신이치(스다 마사키)가 등장하면서 더 커진 세계관으로 선보여질 가능성을 남겼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에서는 정식적으로 시즌2가 결정되는 과정이 복잡하다.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전체적인 내용 구상이 있긴 하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연기하는 배우한테 촬영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기생생물이 처음 등장하고 8년 정도 후의 일이라고 설정했죠. 고등학생인 신이치가 원작에서 모험을 했고 20대 중후반이 된 상태죠."고 전했다.
"(시즌2) 전체적인 내용 구상이 있긴 해요. 배경은 한국일 거고, 스다 마사키가 나올 수도 있죠. 신이치가 나오는 순간 원작과 '더 그레이'의 세계관이 공유된 거라고 봐요."
연 감독의 '기생수'에 대한 애정은 제작에 대한 열망을 넘어선다. 그는 자신이 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기생수'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더 확장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나올 얘기가 너무나 많죠. 이번 '기생수: 더 그레이'가 계기가 됐으면 해요. '더 그레이'를 보고 미국에서 미국판도 해보자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기생수' 팬으로서 더 즐겁게 볼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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