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갰더니 주가 급등”…월마트는 대박났는데, 에코프로 통할까?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2023년 11월 16일(미국 현지시간).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유통 공룡 월마트의 주가가 무려 8%나 하락했다. 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았고,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었지만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신없는 목소리가 원인이 됐다. 월마트 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소비자들이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과거처럼 소비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소비 부진 예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월마트가 실적 발표 시즌도 아니고 소비도 침체되는 와중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액면분할(주식분할) 덕분이다. 월마트는 지난 1월말 분할 계획을 발표했고, 그렇지 않아도 주가가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던 와중에 추진력을 받으면서 사상 최고가로 진격했다. 주식분할이 뭐길래 이렇게 무거운 주식을 끌어 올렸을까. 그래서 주식분할에는 ‘마법’이니 ‘요술’이니 하는 칭호가 붙기도 한다.
주식분할은 우량주나 대형주만이 누릴수 있는 권리다. 말 그대로 주가를 낮추는 것이다. 1주당 가격을 더 저렴하게 바꿔줘서 주머니가 가벼운 투자자들도 한 주씩 매수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발휘한다. 단순히 기존 주식을 쪼개서 주식 수만 늘어나기 때문에 그 회사의 시총이나 실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월마트의 경우 기존 주식 수가 27억주에서 81억주로 3배가 늘어났다.
월마트는 주식분할을 발표하면서 재무건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사정에 큰 변화가 없는데 주식분할로 어떻게 재무지표가 올라간다는 것일까. 월마트의 주식분할이 바로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다. 월마트는 직원들의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떼서(공제)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주가가 계속 올랐으니 직원들 불만도 없었다.
월마트의 자사주 매칭 프로그램은 매년 1800억 달러(약 242조원) 규모의 임직원들 자사주 매입 금액 중에서 15%를 회삿돈으로 사주는 것이다. 자사주를 보유한 직원들 뿐만 아니라 월마트 일반 주주들도 이번 분할 계획에 따라 보유 주식 수가 3배로 늘어나게 된다.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편리해지고, 이를 눈여겨본 일반 투자자들이 월마트 주식을 계속 사면서 월마트의 재무 상황도 덩달아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서부식 멕시코 스타일의 건강식을 파는 치폴레 역시 올해 사상 처음 주식분할을 결정했다. 치폴레는 50대 1 비율로 주식을 분할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비율이다. 지난달 19일 치폴레 이사회는 이같은 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주식 분할 소식이 들리자 주가는 곧바로 급등했다. 치폴레 주가는 3월말 현재 2906.77달러다. 이 가격 기준으로 주가가 향후 58.14달러가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식분할 이유로 삼성전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식 소유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 뜻대로 됐고,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사상 최고가를 노리고 있다. 사상 최고가가 다시 한번 눈앞에 찾아왔다.
삼성의 주식분할 결정은 2017년말 당시 주가가 287만원대에 달해 너무 비쌌기 때문. 3월말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8만2400원으로, 50대 1 분할 이전 주가는 412만원이다. 삼성의 사상 최고가는 440만원으로 현 주가 기준으로는 8만8000원이다. IT 시장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하면서 주가가 비싸지고,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조건으로 분할을 할만한 국내 주식은 전무한 상태다. 일단 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가 아예 없다. 3년여 전만 해도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태광산업 등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었지만 이들은 모두 고금리 고물가 여파와 실적 부침을 버티지 못했다. 제대로 된 주주환원 정책도 없자 실망감에 매도세가 이어지며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내려오는 흐름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오뚜기 롯데제과 롯데칠성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이 주식분할을 통해 개인 주주들이 사기 쉬운 ‘국민주’를 선택했다.
에코프로는 애매한 시점에서 주식분할을 결정했다. 이 상장사는 지난 3월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을 5분의 1로 액면분할하는 내용의 안건을 승인하면서 ‘국민주’로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주주들의 돈을 통해 배터리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역시 기존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사’가려는 것이다.
월마트의 사례처럼 주주환원과 함께 성장하려는 의도가 읽혀야 주식분할의 명분을 얻게 된다. 노골적으로 주주들의 돈을 더 많이 끌어모으겠다고 하면 똑똑한 투자자들은 이런 주식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식분할은 그 회사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않는다. 일반 주주를 챙기는 것 없이 단행하는 주식분할은 그저 주가를 싸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노리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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