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카페의 나라, 커피값이 왜 이래”…축구장 17개 넓이 호수 말라버리자 나비효과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4. 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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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스타 커피 가격 선물. <인베스팅닷컴>
[신짜오 베트남 - 290] 여러분들은 이 그래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게 내가 보유한 주식 시세창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런던 커피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 가격을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제가 최근 5년 그래프를 들고와 봤는데, 사실 이 그래프는 역대 최고점을 최근 돌파하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커피 애호라가라면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로 나뉜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흔히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스용 추출 커피는 주로 아라비카 커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시중 커피전문점에서 원두를 사실 때 유심히 보시면 아라비카 100% 라고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부스타 커피는 주로 우리가 주로 먹는 커피믹스를 만들 때 쓰입니다. 아라비카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두배 정도 많아 강렬한 맛을 내고, 아라비카 대비 좀 더 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라비카에 비해 좀 더 가격이 싸고 병충해에 강해 키우기 쉽죠.

그렇다고 해서 로부스타가 소위 ‘인스턴트’ 커피용으로만 팔리는 건 아닙니다. 요새는 로부스타에도 ‘스페셜티’ 등급이 나올 정도로 그 개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바짜’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이탈리아 커피회사들은 일부러 커피의 향과 풍미를 높이기 위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잘 섞어 최상의 비율을 맞추기도 합니다.

라바짜 커피.
다시 서두의 그래프 얘기로 돌아갑니다. 최근 커피 가격이 급등하면서 로부스타 커피가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는 등 ‘커피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 역시 사상최고가를 돌파하진 않았어도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와 달리 아라비카 커피는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아라비카 커피 역시 지난 2022년 9월 이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원인은 커피 생산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입니다. 로부스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주 생산국입니다. 이 지역에 몰아닥친 가뭄이 커피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하는 기사가 있어 인용해 봅니다.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 닥친 극심한 가뭄. <VN익스프레스>
베트남 중부 고원 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우물을 파고 호수 바닥을 파헤치고 있다.무려 12헥타르(축구장 17개) 넓이의 호수가 바닥을 드러냈다. 48세의 농부는 호수에서 500m떨어진 곳에서 시들어버린 4000그루의 커피나무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호수가 약 한 달 전부터 말라들기 시작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바닥을 파내는데 쓰는 굴착기를 빌리는데 160만원이나 들였지만 소용이 없었고, 2km 떨어진 다른 호수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썼다. 이번 가뭄은 여지껏 겪은 가장 큰 가뭄이라 볼 수 있다..이 농부의 동료는 원래대로라면 60km짜리 쌀 자루 18개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물이 부족해서 몇 자루 못 수확할 것 같다.인근 다른 마을의 깊이 15m 우물은 한 달 동안 말라있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5m더 우물을 파야만 했다.
간단한 요약 내용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가뭄으로 인해 베트남의 2023-2024년 커피생산이 전년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단 커피 시장만 문제가 있는게 아닙니다. 전세계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생산 급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의 재료가 되는 코코아 선물가격은 최근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세계 코코아 생산량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기상 이변으로 극심한 가문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에 가뭄이 닥쳐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스페인산 올리브유는 1년 새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같은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서도 나쁜 작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설탕 역시 세계 2위와 3위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에서 엘니뇨 영향에 따른 가뭄으로 설탕 생산이 급감해 가격이 천정부지 오른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잦아들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다시 올려 인플레 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올해 금리인하를 저울질 하는 미국 물가에 직격탄이 되어 인플레이션을 더욱 끈적하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4월 15일 기준 환율
미국이 재발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여파는 전세계로 퍼져갑니다. 이미 중동사태 등으로 달러가격이 급등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이대로 버틴다면 원화값 하락 우려는 더 커질 것입니다. 이상 기후의 여파가 매일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 인상을 넘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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