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듯 드러누운’ 장애인들, 장애인의 날에 체포됐다

안영춘 기자 2024. 4. 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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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서 차별 철폐 ‘다이인’ 퍼포먼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 권리 보장 요구 장애인 4명 체포돼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인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44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인 단체들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전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단체행동 과정에서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로 이뤄진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1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에 누워 장애인 권리 보장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은 시혜적이고 일회적인 ‘장애인의 날’ 행사를 거부한다는 취지로 2002년부터 이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노동·인권 등 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동투쟁단을 꾸려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고 쓴 현수막을 누운 몸 위에 펼치거나 손팻말을 들고 앉아 노래를 부르며 1시간가량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교통공사는 일부 활동가들의 역사 진입을 제지하고 시위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 퇴거 조치를 했다. 장애인 활동가 2명은 역사로 들어가려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전날 저녁 8시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휠체어로 승강기 문을 들이받은 혐의로 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활동가 1명은 이날 밤 11시쯤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된 바 있다.

공동투쟁단은 이어 오전 10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 마로니에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중증장애인노동권보장특별법을 22대 국회 출범 1년 안에 제정해 달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정당 대표와 면담을 요청했다.

공동투쟁단은 또 서울시의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예산 복원 등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예산을 올해 전액 삭감하고,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해고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탈시설의 국제적 흐름에 지역사회가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전날(19일) 성명을 내어 “인권위는 그동안 장애인이 차별 없이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재화·용역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고용과 교육 분야에서의 장애인 차별, 장애인 탈시설 등과 관련된 현안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는 2021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탈시설 로드맵) 이행과 관련해 2024년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준비하고 2025년부터 지역사회 거주 전환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미 국제사회는 1970년부터 장애인의 탈시설이 시작됐고,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이 흐름에 지역사회도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장애인의 날 논평에서 “장애인의 차별 없는 사회 참여와 평등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동권과 참정권, 교육권, 노동권 등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간절하지만, 오히려 갈등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더욱이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특수학교 부지에 특목고를 들여오겠다는 공약을 당당히 내세웠고,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탈시설 정책’ 지우기 등으로 장애인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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