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도로라 생각하니 가슴 무너져"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2024. 4.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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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
지난 19일 현장서 같은 연식 차량으로 진행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재연 시험은 처음
감정 비용, 경찰 협조 등 모두 운전자 측 부담
현행법 상 소비자가 원인 입증하도록 돼 있어
원고 측, 21대 국회서 제조물 책임법 개정 호소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판가름할 '재연 시험'이 19일 진행됐다. 독자 제공

"도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지 501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왜 이렇게까지 소비자가 (급발진을 입증)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마음이 무너집니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이었던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19일이 진행됐다.

운전자 A씨 측(원고)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원고 측이 요청한 '사고 현장에서의 가속페달 작동 시험'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사고 현장인 강릉시 회산로에서 실시됐다.

이번 감정은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중 현장에서 실시한 첫 재연 시험이다.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의 차량으로 진행한 만큼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 협조로 이뤄진 이날 시험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제조사(피고)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실시했다.

재연 시험은 사고 당시 차량에서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은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가정했다. 마지막으로는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재연했다.

이를 통해 차량 RPM과 속도 변화 등을 측정함으로써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을 뒤집겠다는 것이 원고 측의 입장이다.

이날 재연 시험 결과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에 원고 측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왔다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연합뉴스


재연 시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본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보면 정말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결론 낸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냈다"며 "상식적으로 사고 현장을 단 한 번만이라도 왔다 가보신 분들은 페달 오조작으로 갈 수 없는 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501일 전에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화도 나지만, 왜 이렇게까지 소비자가 해야 되는지 다시 한 번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상에는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하도록 돼 있어 이날 재연 시험에 든 비용과 경찰의 협조 등을 모두 원고 측에서 부담했기 때문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EDR의 신뢰성이 있느냐 없느냐도 실제 주행을 하면서 확인을 해볼 수 있는데 이 같이 과학적으로 필요한 시험을 국과수가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여력이 없는 우리 국민들한테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자동차 제조사도 그 뒤에 숨어서 그냥 부인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현실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도현이 가족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감정 비용을 내고 강릉경찰서에서 협조해 이러한 감정을 했지만 다른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들은 과연 이렇게 할 수 있겠냐"며 "현재까지 아무도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못 먹고, 대부분이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그냥 포기하는 것이다.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을 해서라도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21대 국회에서 제조물 책임법을 개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음에도 제조사의 눈치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하지 않았다"며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가 남아 있으니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 이번에 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에도 재차 청원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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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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