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아웃 ‘공짜 출루’가 가른 승부, 두산 이승엽 “김재환의 베테랑다운 플레이 이후로 팀 타선에 확 불이 붙었다”

심진용 기자 2024. 4.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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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 두산 베어스 제공



1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경기. 6-6으로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서던 4회말 1사 2·3루, 두산 김재환(36)의 타석. 흔히 보기 힘든 장면 하나가 눈덩이처럼 굴러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갈랐다. 1B 2S에서 키움 투수 손현기(19)가 던진 슬라이더가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포수 박준형(25)이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박준형은 원바운드로 들어온 공을 볼이라고 지레짐작했고, 손현기에게 다시 공을 넘겼다. 하지만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의 판정 결과는 달랐다. 존 밑바닥을 훑고 떨어진 스트라이크라는 판정이 나왔다. 3번째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지만, 포수가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낫아웃 상황이 만들어진 것.

경험 부족한 키움 배터리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을 듣지 못했고, 타자 김재환만이 기민하고 영리하게 움직였다. 상대 눈치를 살피며 주춤주춤 1루로 향하던 김재환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된 키움 투수 손현기가 등을 보이며 돌아서자 냅다 속도를 올려 그대로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다. 주자 움직임 없이 손쉽게 2아웃이 돼야 했을 것이 1사 만루가 되고 말았다.

이후 두산 타격이 폭발했다. 강승호와 헨리 라모스가 연달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박준영의 2타점 2루타와 상대실책까지 이어졌다. 김재환의 낫아웃 출루 이후에만 두산은 5점을 냈다. 6-6 접전이 순식간에 6-11까지 벌어지며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다. 적절한 ‘연기’가 가미된 김재환의 베테랑다운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크게 흔든 셈이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연기가 맞느냐.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옅게 웃었다. 이 감독은 “주자 2·3루에서 그렇게 삼진을 당하면 의욕이 떨어질 만도 한데, 포수가 공을 땅에 떨어뜨리는 걸 보고 그렇게 플레이를 해줬다”며 “그 이후로 저희가 확 불이 붙었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생각하는 자세, 그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경기를 내준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아쉬움 속에 마음을 추슬렀다. 홍 감독은 “더그아웃에서도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며 “포수는 당연히 볼로 판단을 했을 것이고, 블로킹도 해야 하고 정신없는 중에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는 좀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 “박준형도 그런 경기를 통해서 또 큰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형은 전날이 통산 4번째 1군 경기, 선발로는 2번째 경기였다. 투수 손현기는 이번 드래트로 입단한 신인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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