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써도 돈이 되는 ‘웹소설 작가’? 잔잔한 물처럼 써나가는 ‘글로소득자’

이민아 2024. 4. 20.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웹소설이 콘텐츠 시장의 신흥강자로 성장하면서 글쓰기에 취미가 있는 분들은 ‘나도 웹소설 작가 한번 도전해 볼까’ 생각한 분들 있을 텐데요.

다양한 플랫폼과 시간 제약이 덜하다는 점 등 진입장벽이 낮지만, 그밖에 감수해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끈기와 인내, 노력, 열정, 손목터널증후군... 운이 좋으면 마감이나 실시간 댓글(달린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지도)에 대한 압박감 같은 것들 말이죠.

특히 ‘부수입’이 아닌 글로 먹고살아야 하는 ‘전업’ 작가라면 이런 고충이 숙명처럼 느껴질 터.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글로 먹고사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글로소득자’들은 입모아 말합니다.

그럼에도 ‘웹소설 작가’ 입문의 꿈을 저버릴 생각이 없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인체공학 키보드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글로소득자’ A(36)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필명을 비밀에 부친 웹소설 작가 A씨는 충북 음성에 살고 있다

Q. 최근 웹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재미있게 본 드라마나 영화 원작이 웹소설인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충북 음성에 현업 작가님이 계시다니 반가웠습니다. 2023 리디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셨죠. 100% 독자들의 투표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로 촉망받고 있는 셈이에요. 소감이라도?

처음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 설레기도 했고,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꽤 큰 상황이네요. (웃음) 연재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댓글이 달리는 걸 보니까 두근거리고 재미있었어요. 다음 작품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간단히 웹소설 작가로서 경력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제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합니다. 2~3권 분량 단행본과 장편 연재물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Q. 스스로 ‘글로소득자’라고 소개하셨어요. ‘글로 먹고살아야겠다’ 마음먹은 건 언제부터인가요? (웃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땐 꼭 글로 먹고살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고요. 음악과 미술을 어우르는 영상미디어 쪽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대학 졸업이 다가올 때쯤 방송작가가 되었고 그때부터 쓰는 행위 자체에 관심갖게 되었어요.

웹소설 작가인 A씨의 책상, 장시간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탓에 인체공학 키보드 등으로 작업환경을 꾸몄다

Q. 웹소설은 어떻게 쓰기 시작하셨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종류를 불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꽤 몰두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주인공이 어떤 고난을 겪다가 ‘결국은’ 모든 난관을 뚫고 극복하는 과정을 며칠씩 곱씹거나, 혼자 후일담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본편과 외전, 2차 창작을 매일 매일 망상했던 것 같기도…….) 매일같이 머릿속에서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만들다가 잠들곤 했어요.

제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갈망이 꽤 컸던 것 같고요. 관련된 진로를 택하고 싶었지만 제 길이 아니었는지 번번이 뭔가 잘 안됐어요. 저의 문제, 집안의 반대, 외부환경적 문제 등등. 그러다가 방송작가로 일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었지만, 온전히 나만의 세계를 창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웹소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방송작가에서 웹소설 작가가 되신 건데, 잘한 선택이라고 느끼시나요? 좀 더 콕 짚자면 글로 잘 먹고 사십니까. (웃음)

웹소설 작가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적성에도 잘 맞고요. 하지만 ‘잘 먹고 사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보니 조심스럽네요 (웃음) 이곳은 전작의 성적에 따라 생계가 좌우되기도 하는 야생의 세계거든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잔잔한 물처럼, 천천히 제 개성을 찾아가려 애쓰는 중입니다.

Q. 부업으로 글을 쓰는 분들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전업 작가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시잖아요. 글로소득자로 10년을 보내는 동안 노하우가 있으시다면요?

이 직업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은 ‘출근도 퇴근도 없다’는 건데요. 언뜻 자유롭고 즐거울 것만 같지만 사실 하루 24시간을 잘 배분하여 쓰지 않으면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곤 합니다. 매일 충분한 수면, 운동, 건강한 식사를 챙기는 것도 어렵고요.

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원고의 전개방향이 막히면 상당히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따로 이겨내는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 내 마음과 몸의 컨디션을 잘 살피면서 중간중간 환기하는 정도로 해결합니다.

Q. 작품을 연재해 나가는 과정은 어떤가요? 마감 기한에 맞춰야 하는 게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웹소설은 처음부터 E-BOOK 형태로 출간하는 ‘단행본’과 회차별 업로드가 이루어지는 ‘연재’로 나뉘는데요. 마감 스트레스 못지않게 신경 쓰이는 건 독자님들의 댓글이나 리뷰입니다. 특히 연재 웹소설의 경우에는 회차 업로드가 이루어질 때마다 독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죠.

Q. 작가님은 소설을 쓸 때 어떻게 배경이나 캐릭터를 설정하세요?

작가님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저의 경우엔 가장 먼저 ‘내가 쓰고 싶은 딱 하나의 장면’을 먼저 연상한 후에 앞뒤 스토리를 쌓아가는 식으로 전개합니다. 또, 제가 쓰는 글의 장르적 목적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인 만큼 인물 관계를 짤 때 서로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또 거기서부터 어떤 갈등이 빚어질지에 중점을 둡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은 결국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각각의 인물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인지 수시로 메모를 해 보곤 해요.

A씨가 작품을 쓰기 전에 자료 조사를 위해 읽는 책들

Q.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이야기의 얼개를 어느 정도 짰다고 생각했는데도 앞뒤가 꽉 막혀 더이상 쓸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샤워를 하거나 이어폰을 챙겨 곧장 밖에 나갑니다. 공원을 뱅글뱅글 돌면서, 소설에 어울리는 음악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짜고, 그 음악들을 돌려 들으면서 장면을 구상합니다. 눈도 몸도 컴퓨터 앞에서 멀어져야 하더라고요.

Q. ‘웹소설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팁을 주신다면요?

‘웹소설 작가가 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라거나 ‘웹소설은 글솜씨가 없어도 된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절대 그렇지 않고요. 오히려 문장력과 연출력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입은 들쭉날쭉하고, 다음 작품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외롭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날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창작이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이 분야를 일궈 나간다고 생각해요.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웹소설도 즐기는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Copyright © CJB청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