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도전의 드리블 멈추지 않는 이현중·여준석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2024. 4. 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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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NBA 마이너-호주리그 거쳐 현재 일본 리그에서 맹활약
여준석도 ‘3월의 광란’ 경험…국내 선수들에 자극제 돼

(시사저널=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모든 농구 선수를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한다면?' 경기력·나이 등을 감안했을 때 열에 아홉은 이현중(24·202cm) 혹은 여준석(22·203cm)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그 외에도 빅맨의 신장으로 가드처럼 뛰고 달리는 공수 겸장 송교창(28·201.3cm),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못지않은 리딩과 패싱 능력을 겸비한 최준용(30·200.2cm), 올 시즌 외국인 선수급 활약상을 보여준 이정현(25·187cm), 서장훈·김주성·김종규 등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팀 주전 빅맨으로 발돋움 중인 하윤기(24·203.5cm) 등 걸출한 선수가 많다.

하지만 이현중·여준석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더 위에 있다는 게 농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현중은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신장 2m대 전문 슈터다. 그냥 키 큰 선수가 3점슛을 잘 던지는 것이 아닌, 아주 빼어난 슈터가 신장까지 좋다고 보는 게 맞다. 여준석은 그간 국내 장신 선수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검증받았다. 거기에 두 선수 모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상품성도 높은 편이다.

(왼쪽)미국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이현중이 2023년 7월6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델타 센터에서 열린 2023 NBA 서머리그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오른쪽)2022년 6월17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 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여 준석이 슛을 하고 있다. ⓒAP 연합·연합뉴스

높은 연봉과 인기 보장되는 한국 떠나 도전

하지만 국내 프로리그에서 이현중과 여준석을 보기는 어려울 듯싶다. 둘 다 NBA 진출이라는 큰 꿈을 안고 해외에서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NBA는 전 세계 농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동양인에게는 여전히 장벽이 높고 크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유럽 축구 4대 빅리그, 미국 프로골프(PGA)와 여자프로골프(LPGA) 등 어렵게만 보이던 세계 정상의 무대에 적지 않은 동양 선수가 안착하고 있지만 NBA는 다르다.

인종적 신체 능력 차이, 인프라 등 여러 가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 빅리그 주전보다 NBA 진출이 훨씬 힘든 게 현실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4년 하승진(221.6cm)이 한국인 최초로 NBA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받은(2라운드 46순위) 이후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그다음 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은 '걸어다니는 만리장성'으로 불리던 야오밍을 필두로 왕즈즈, 멍크 바터, 쑨웨, 저우치, 이젠롄 등이, 일본은 다부세 유타,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등 NBA 선수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특히 일본 선수들의 NBA 진출에 대한 의지는 놀라운 정도다. 오랜 세월 동안 적지 않은 선수가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노하우가 쌓였고 일본 농구도 함께 발전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현재 일본 농구 대표팀의 전력은 한국을 훌쩍 뛰어넘어 중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런 점에서 이현중·여준석의 도전은 한국 농구사에 매우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뛰었다면 높은 연봉과 편안한 생활이 보장될 것임에도 불확실한 상황에 인생을 걸고 선수로서의 한창때를 해외에서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외려 팬들의 높은 기대 속에서 적지않은 부담감만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이현중, NBA 포기했나요?' 이현중의 NBA 도전을 궁금해하는 농구팬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는 질문이다. 그는 현재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현중은 B.리그(일본 프로농구 리그)의 오사카 에베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현중은 NBA에 대한 꿈을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현중의 모친 성정아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재정위원장은 "삼일상고를 떠나 낯설고 힘든 외국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현중이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NBA 진출이라는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부상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실전 경험이라는 부분도 크다. 아무래도 꾸준히 코트에 나서면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확실해진 것은 하나 있다. 이현중의 빼어난 기량이다. 미국 대학농구의 데이비슨대, 산타크루즈 워리어스(NBA의 마이너리그팀), 일라와라 호크스(호주 프로농구팀) 등에서 뛸 때는 주로 '오프 더 볼 무브'(볼이 없을 때 움직임)를 기반으로 한 슈터 역할에 집중했다. NBA 진출을 위한 플레이 스타일의 고정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곳에서 잠시 족쇄를 풀어놓자 전천후 플레이어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슈터로서의 기량은 물론 돌파·리바운드·패싱게임 등 전 분야에 걸쳐 외국인 선수급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국내 선수, 해외 진출 바라보는 시각 넓어져

미국 곤자가대학의 여준석 또한 해외에서 분투 중이다. 국내에서는 초특급 유망주이자 에이스급 위용을 뽐냈던 그지만 미국 대학 무대 그것도 명문인 곤자가에서는 아직까지 조연에 불과하다. 이미 예상한 일이다. 국내에서 뛸 당시 늘 또래들보다 앞서가며 천재 소리를 듣던 그는 미국에서는 후보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하지만 여준석은 씩씩하다. 그러한 과정을 겪어가면서 극복하다 보면 더 높은 레벨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16강에서 멈추기는 했지만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NCAA 토너먼트도 경험했다. 이은정(1985년), 이현중(2022년)에 이어 한국인 역대 3호 토너먼트 출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도 의미 깊다.

25경기 평균 6.9분 동안 2.3득점, 1.2리바운드, 0.2어시스트의 기록은 여준석의 기록으로는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지만, 올시즌 경험을 제대로 쌓은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이현중·여준석이 꿈에 그리는 NBA 진출을 이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고 여기서 축적된 여러 가지 노하우가 이후 해외 진출을 꿈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들의 도전하는 모습은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박지수·박지현 등이 해외 리그 진출의 뜻을 밝힌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대로만 있어도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고액연봉이 보장되지만 돈보다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도전과 변화를 택하고 있다. 한국 농구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비단 미국 무대(NBA)가 아니더라도 국내보다 상위 리그라면 도전하고 싶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외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지고 디테일해졌다는 분석이다. 남자농구의 최준용·이정현을 비롯해 여러 선수가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현중과 여준석의 행보가 만들어내고 있는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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