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라 가능한 것 #동조자 #로다주 #블랙코미디
[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 박찬욱 감독의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동조자'가 베일을 벗었다.
‘동조자(The Sympathizer)’가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 기자간담회를 성료 했다. 지난 18일 열린 ‘동조자’ 언론시사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갔다.
#로다주의 1인 다역, 미친 사람 취급받을까 봐 고민
박찬욱 감독은 먼저 해외 공개 직후 1인 다 역의 파격 변신으로 호평을 받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공개했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공한 백인 남성들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 결국 하나의 존재라고 느꼈고 이 점을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었다.
대사를 교묘하게 쓰기보다 한 명의 배우에게 모든 역할을 맡기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미친 사람 취급할까 봐 걱정했는데 제작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라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다 역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런 개성 강한 역할들을 구별되게 표현할 능력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워낙 슈퍼스타라 큰 기대 없이 캐스팅을 요청했는데 금방 하겠다고 해서 다행이었다”라며 캐스팅 비화도 공개했다.
#원작 소설의 각색, 블랙 코미디를 불어넣기 위한 박찬욱만의 계획
원작을 직접 각색한 박찬욱 감독은 “소설을 시리즈로 만들면서 주인공의 마음이 글로 정리된 문학이 가진 풍부함을 옮기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동조자’의 경우 주인공이 자술서를 쓰고 그것을 읽는다는 세팅을 차용했다. 문학적인 장치에 영화적 기법을 결합하여 내러티브 장치를 만드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밝혔다.
“원작의 재치 있고 냉소적인 표현을 동원하는 한편 인물의 얼굴이나 공간 등 문학에 없는 영상 매체만의 특권을 사용해 유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이나 비극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씁쓸한 유머 등 원작 소설과 비교해서 가장 노력한 부분은 코미디”라고 강조했다.
#적당한 거리감과 객관성을 장점으로 활용
한국인 감독으로서 다른 나라의 역사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해 “우리와 근현대사적 공통점을 가졌다는 점에서 어떤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고 그러면서도 미국 문화에 매몰된 주인공 대위의 마음도 알 것 같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로서 적당한 거리감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꼭 그 집단에 속해야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며 그 역사에 대한 존중을 담아 나름의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면 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두 개의 관점을 볼 수 있다는 것, 축복 아닌 저주
박찬욱 감독은 원작과 달리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대사의 의미에 대해 “두 개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은 축복일 수도 있지만 ‘동조자’에서는 저주라고 생각했다. 양쪽 입장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어느 쪽에도 설 수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고 양편이 투쟁하고 있을 때는 저주가 된다는 마음을 표현했던 것”이라고 밝히며 작품 속 주인공의 대립하는 내면적 갈등에 대해 설명했다.
#수 천 명 오디션, 큰 용기가 필요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어려움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캐스팅이었다”라면서 “베트남계 배우들을 섭외해야 하는 과정에서 배우 지망생, 웹 디자이너, 영화감독부터 극단의 단역까지 수천 명의 오디션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믿고 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기본적인 것들까지 알려주면서 시작했지만 함께 성장해나가는 경험이 즐거웠다”라며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하나의 이야기, 3명의 감독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로서 작품의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3명의 감독이 연출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고 다 하고 싶었지만 쇼러너의 역할과 각본 작업에 모두 연출까지는 무리였다. 그럼에도 좋은 감독들을 모셔와서 다행이었다”라면서 “각자 다른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연출자끼리 만나서 한 줄 한 줄 다 얘기를 하고 스타일을 맞췄다. 그리고 제가 초반 회차를 연출했고 후반 작업도 제가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 감독이 만든 것 같은 균일한 톤을 완성할 수 있었다”라며 3명의 감독이 함께 작업한 비하인드를 알렸다.
#클리프 행어, 기다렸다가 보는 맛
쿠팡플레이에서 매주 1화씩 공개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박찬욱 감독은 “한 번에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시대이지만 한주에 하나씩 기다렸다 보는 재미도 꽤 있다. 제가 어렸을 때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면서 “절정의 순간에 끊어버리는 클리프 행어가 싸구려 트릭으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저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시리즈의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매주 다음 화를 기다렸다 봐달라는 소망을 남겼다.
‘동조자’는 공개 이후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행동하게 만들 것이다”(IndieWire), “대담하고 야심차고 눈부신 TV 시리즈”(TIME Magazine), “올해 HBO의 최고 작품”(Inverse), “단연코, ‘동조자’는 클래식이 될 것이다”(Collider), “냉소적인 유머를 뚝심 있게 진심 있는 탐구로 완성시켰다”(Paste Magazine), “주제의 무게를 잘 담아낸 블랙 코미디”(TV Guide) 등 전 세계 언론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의 신작 ‘동조자’는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1회씩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다. 2회의 공개는 오는 22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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