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는 왜 트럼프 지지할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4. 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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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2022년 9월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마지막으로 임명한 총리다.

트러스가 영국 총리가 되었을 때부터 바이든은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등 전임 영국 총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냉대였다.

퇴임 후 트러스는 바이든의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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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2022년 9월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마지막으로 임명한 총리다. 취임 후 2개월도 채 안 돼 낙마함으로써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총리가 된 뒤 의욕적으로 추진한 감세 정책이 미처 예상치 못한 금융시장 대혼란을 일으키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 재미있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러스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자 바이든은 ‘실수’(mistake)라는 표현을 써 가며 “(트러스의 정책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웃음이라고 봐도 무방한 태도로 외교적 결례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맺어진 미·영 두 나라의 특수관계가 무색할 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의 정책이 효과적이었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실패했다는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왼쪽)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는 미 언론 보도. SNS 캡처
바이든의 냉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트러스가 끝내 총리직에서 물러나자 바이든은 “글쎄, 뭐 그건 본인이 결정할 일”(Well, that’s for her to decide)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안타깝다’거나 ‘아쉽다’는 뉘앙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세 정책을 추진하다가 취소하는 등 영국이 겪는 혼란이 미국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바이든은 단호히 “아니다”며 “나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듣기엔 따라선 ‘영국 경제가 어떻게 되든 미국에 뭔 상관이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러스가 영국 총리가 되었을 때부터 바이든은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트러스가 지나치게 보수적인데다 특히 북아일랜드 문제에 있어 너무 강경하다는 점이 원인이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인 바이든은 아일랜드는 물론 영국령 북아일랜드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트러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계기로 북아일랜드 또한 EU에서 떼어놓으려 하자 바이든은 발끈했다. 2022년 9월 트러스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바이든과 짧은 정상회담을 갖긴 했으나 수도 워싱턴 백악관으로의 초대는 받지 못했다. 보리스 존슨 등 전임 영국 총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냉대였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푸대접에 영국 외교관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2022년 10월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가 취임 후 2개월도 채 안 돼 사임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이든을 향한 서운함이 폭발한 걸까. 퇴임 후 트러스는 바이든의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로 돌아섰다.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트럼프를 “영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자유 세계의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바이든을 향해선 “위선적이고 무지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2일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글로벌 좌파’를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을 질타하고 트럼프가 임기 중 편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뜻밖의 원군 등장에 열광하는 반면 영국 언론들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식의 반응이라고 한다. 전직 총리의 언행이 민망하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트러스의 미 대선 선거운동 등판이 과연 트럼프에게 유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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