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8개월째 생산자물가 마이너스... “버블 터진 1995년 일본과 비슷”

김지섭 기자 2024. 4. 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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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 분석
2023년 3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의 사무실 건물 근처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건설 현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길어지는 중국 경제가 점차 일본화(Japanification)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물가 하락과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가 20일 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최근 4분기 연속 명목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을 밑도는 디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1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핵심 소비자물가는 8분기 연속 1%를 밑돌고 있고,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이와 같은 현상은 경제 전반에서 자본은 과다하고, 유효 수요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지난 1분기 성장률이 5.3%를 기록하며 반등의 징후를 보였지만 중국의 GDP 갭(실제 GDP와 추세 GDP와의 차이) 추정치는 여전히 -0.9%포인트로 높은 수준이어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현재 중국 경제의 일본화 지수(Japanization Index)도 자산 버블(거품)이 터졌던 1995년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화 지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타카토시 이토 교수의 일본 경제 분석 방법론을 활용해 산출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일본화 지수는 2021년에는 9.0 내외였으나 이후 급격하게 하락해 올 1분기에는 1.7까지 낮아졌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로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은 상황이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중인 일본과 달리 금리 인하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며, 해당 지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져들기 시작한 1995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 정성태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2024년 4월 16일 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의 타이창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용 전기차가 쌓여 있다./AFP 연합뉴스

정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측면에서 현재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부동산 버블의 붕괴, 인구구조의 고령화, 미국과의 무역갈등, 생산성의 저하, 비효율적인 금융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가 중국 경제의 일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인한 불황은 다른 불황보다 장기간 지속되고 이후 성장률도 낮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수요 확대보다는 제조업의 육성과 이미 과잉 상태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구환신과 같은 소비 확대 정책도 구체적 내용은 없고,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지방정부에 일임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리 및 지준율 인하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자금지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정성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일본화에 진입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금리 및 지준율의 인하, 부동산 관련 부실의 적극적인 정리,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지출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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