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로 부순다" "드론으로 겁준다"…중동 무력충돌 최후 승자는 [박수찬의 軍]
드론과 미사일을 앞세운 비대칭 전쟁 공방전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중동에선 예멘 후티 반군 등 일부 무장조직이 소규모로 실시한 정도에 그쳤다.
지리적으로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란은 공군력도 취약해 이스라엘에 보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드론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이스라엘 본토 타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스라엘도 18일 이란 핵시설이 밀집한 이스파한 일대 군사시설 등을 타격했다. 이란측은 “이스파한을 비롯한 국내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 여러 대의 드론이 날아왔지만 방공망에 의해 성공적으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이란보다 공군력이 더 미약한 북한이 이번 사태의 전례를 참고한다면, 한국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드론·미사일 쏘는 이유
이란은 1990년대부터 북한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던 탄도미사일과 자폭드론 수백 기를 한꺼번에 투입, 이스라엘 방공망 돌파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탄도미사일 110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샤헤드-136 자폭드론이 이라크 영공을 지나가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란이 드론을 공습에 투입했던 것은 자국과 이스라엘의 여건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슬람 혁명 이전인 팔레비 왕정 시절 이란 공군은 미국산 F-4, F-5, F-14 등의 전투기를 보유했다. 특히 F-14는 미국 외에는 이란이 유일한 해외 운영국일 정도였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공군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손실도 있었다.
이스라엘은 F-15, F-16으로 공중 정밀타격을 실시하는 한편 F-35 스텔스 전투기까지 들여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공군력을 건설했다.
이란은 대안으로 드론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혁명수비대 주도로 공격용 자폭 드론 전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다.
자폭 드론은 임무 수행 직후 복귀할 필요가 없다.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한 채 적군을 폭격한 뒤 귀환해야 하는 무인공격기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적군을 타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샤헤드-136이다. 러시아에 수출되어 우크라이나 공습에 투입된 샤헤드-136은 최대 탄두 중량 40kg의 자폭드론이다.
샤헤드-136은 설계가 단순하고 민간용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제작비를 대당 2만 달러 수준까지 낮췄다.
기체에 탑재되는 엔진인 MD-550은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여기에 민수용 위성항법장치(GPS) 등 값싼 부품을 채워넣으면 제작비 절감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싼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과 다름없는 셈이다.
아이언 돔과 애로우-3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하마스의 기습 당시 드러났던 것처럼 대규모 공격 시 100% 저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드론과 미사일을 대규모로 발사, 방공망 돌파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이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체인 SM-3 함대공미사일과 이지스구축함, 전투기 등을 투입하고, 영국과 프랑스 및 요르단 등도 지원에 나서면서 이스라엘 방공망은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다.
이란의 움직임이 사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공개되면서 이스라엘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의 공습에 맞서 이스라엘도 18일 이란 이스파한 등에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압도적 수준의 공군력을 동원한 초강수 대신 드론 등을 사용하고 군사시설만 겨냥하는 제한된 공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전면전 확대 위험을 피하면서 반격을 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다만 이란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드론·미사일·방공망을 동원한 비대칭 공방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과 여건 비슷한 北도 모방할까
이란과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북한도 한반도 유사시 비슷한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과 북한은 자국의 공군력이 빈약하고, 주변국의 공군력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옛소련에서 군용기를 도입했던 북한은 냉전 이후 전투기 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도 수백㎞를 비행하는 자폭드론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이 제작이 쉽고 비용도 저렴한 자폭드론을 대량생산해서 비축한 뒤 탄도·순항미사일, 대구경방사포와 함께 발사한다면, 한·미 연합군의 방공망은 과부하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북한은 한국과 인접해 있다. 북한이 쏜 드론이 한반도 남부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은 이란에서 이륙한 드론이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보다 훨씬 짧다. 사전에 드론 발사 움직임을 감지해도 어디에 낙하할 것인지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부터 순항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쏠 수 있는 미사일 종류도 이란보다 더 많다. 섞어쏘기의 강도와 정교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은 패트리엇(PAC-3)과 천궁-Ⅱ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로 요격이 가능하지만, 드론 공격까지 100% 저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은 군사시설에만 집중됐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이 드론으로 발전소, 변전소, 정유시설 등 국민 생활과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민간 시설을 공격했던 방식을 북한이 답습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우크라이나도 처음엔 방공망으로 드론 공격에 대응했지만, 지대공미사일 소모 등의 문제로 기관총, 쌍안경, 청음기, 스마트폰 등을 조합해서 드론을 요격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기관포와 기관총, 전파방해장치를 조합한 팀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드론을 파괴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북한이 이란처럼 드론과 미사일을 ‘섞어쏘기’할 가능성에 대비, 군도 실전에 곧바로 적용이 가능한 드론 위협 저지 전술 등을 빠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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