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연못에 뜬 BTS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4. 20. 10: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서 냉전이 종식을 향해 치닫던 1980년대 말 한반도에서도 평화를 위한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인 1988년 북한의 고위급 정치·군사 회담 제안과 뒤이은 우리 측의 고위급 당국자 회담 역제안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회담 의제를 '정치'와 '군사' 분야로 한정한 반면 남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서 냉전이 종식을 향해 치닫던 1980년대 말 한반도에서도 평화를 위한 논의가 봇물을 이뤘다. 노태우정부 출범 이후인 1988년 북한의 고위급 정치·군사 회담 제안과 뒤이은 우리 측의 고위급 당국자 회담 역제안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회담 의제를 ‘정치’와 ‘군사’ 분야로 한정한 반면 남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이었다. 남북 양측의 이견 조율을 위한 예비회담이 1989년 2월 판문점에서 처음 열렸다. 하지만 북한이 팀스피리트(Team Spirit) 훈련 실시에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 연못 위에 설치된 징검다리 BTS. 그동안 관람객들이 6·25전쟁 전사자 명비(사진 왼쪽)에 접근하려면 연못 때문에 빙 돌아서 한참 가야 했는데, 이 징검다리 덕분에 한결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팀스피리트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한·미의 공동 방어와 군사협력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실시한 연합훈련이다. 1976년 첫번째 훈련은 한국군과 미군을 더해 장병 4만6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란 한·미의 해명에도 ‘북한을 침범하기 위한 핵전쟁 연습’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매년 팀스피리트 훈련 개시에 앞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고, 훈련 기간 중에는 모든 형태의 남북 접촉을 차단했다. 한국에서 팀스피리트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준전시 상태’ 명령을 발동해 그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2월 개최된 예비회담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북측 대표는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고 긴장, 대결을 격화시키며 평화통일의 길을 가로막는 팀스피리트89 합동 군사훈련을 무조건 중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한·미는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킬 목적에 1989년도 팀스피리트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로써 남북 총리 회담 개최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 1990∼1992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총 8차례 열렸다. 총리 회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우리 정부는 1992년도 팀스프리트 훈련을 취소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노태우정부 뒤를 이은 김영삼(YS)정부가 1994년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내걸고 훈련 종결을 선언하면서 훈련명 ‘팀스피리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징검다리 BTS 준공식이 열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 연못 위에 ‘팀스프리트의 다리’(Bridge of Team Spirit)가 생겼다. 그동안 관람객들이 6·25전쟁 전사자 명비에 접근하려면 연못 때문에 빙 돌아서 한참 가야 했는데, 이 징검다리 덕분에 한결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다. 다리의 영문 이니셜이 다름아닌 BTS다.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을 연상케 한다. 마침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 전원이 군복무 중이기도 하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BTS에 대해 “호국영령과 후손이 하나되고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다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소중한 뜻이 널리 전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김태훈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