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 대구 순종 동상 11년 만에 철거…후손은 반발

남승렬 기자 2024. 4. 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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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건립 11년 만에 철거된다.

20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순종 황제 동상은 2013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에 조성됐다.

어가길 조성 당시 중구는 '황제의 길'이라는 역사적 공간의 복원을 통해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과 일제의 침탈에 맞선 민족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친일 미화 논란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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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4억원 투입 이달 중 철거…연말까지 도로 원상복구
의친왕계승사업회 "조선 마지막 황제 욕되게 해서는 안돼"
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철거된다. (대구 중구 제공)/뉴스1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건립 11년 만에 철거된다.

20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순종 황제 동상은 2013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에 조성됐다.

19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어가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대례복을 입고 있는 5.5m 높이의 금빛 순종 황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 도시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동상 건립 비용은 70억원에 이른다.

어가길 조성 당시 중구는 '황제의 길'이라는 역사적 공간의 복원을 통해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과 일제의 침탈에 맞선 민족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친일 미화 논란에 직면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순종의 남순행은 단순한 시찰이 아닌 조선인들의 반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일제가 순종을 앞세워 대구·부산 등지로 끌고 다닌 부끄러운 치욕스러운 역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구 중구는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순종 황제 어가길이 관광지의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자 순종 동상 역시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 5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서 통행 등에 방해가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 순종 황제 동상. (대구 중구 제공)/뉴스1

상황이 이러하자 중구는 지난 17일 공공조형물 해체 심의를 통해 순종 조형물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위원 11명 전원 찬성 의견으로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4억원으로, 이달 안에 철거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 관계자는 "철거 업체 선정과 장비 대여 등 절차가 완료되면 철거에 들어갈 것"이라며 "4월 중에는 철거에 나서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거가 완료되면 해당 공간은 도로로 원상복구 돼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된다.

중구 측은 "친일 미화 논란과 함께 통행로가 좁아졌다는 민원이 너무 많아 작년부터 철거를 검토해 왔다"며 "올 연말까지 도로 확장 공사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순종 형상 등이 철거된 후 진입로 확장공사 전까지 시민들의 보행상 안전조치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주민의 편익과 조화로운 공공디자인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철거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제국 황실후손단체는 반발했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70억원 들여서 짓고 4억원 들여서 철거할 바엔 조선왕릉 유릉이나 창덕궁 희정당에 기증해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를 욕되게 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로 태어나 망국에서 일제의 24시간 감시 속에 폐인으로 사셨던 순종 황제를 지자체 정책 논리에 따라 조형물을 만들었다가 교통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부수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역사의식이 있었다면 조선왕실과 대한황실의 마지막 황제를 단순 관광상품용으로 만들었다 부수는 애물단지로 취급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서 이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선별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대한황실 계보도. (의친왕기념사업회 제공)/뉴스1

이 단체는 "지금이라도 순종 황제 동상을 철거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적절한 곳에 모셔야 한다. 이전해 설치할 곳이 없다면 의친황기념사업회 황실 후손들이 모셔가겠다"고 덧붙였다.

의친왕은 고종의 둘째 아들이자 순종의 동생이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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