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넷플릭스 법인세 36억원 실화인가요? [추적+]

김다린 기자 2024. 4. 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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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韓 시장 잠식한 넷플릭스·구글
한국 OTT 시장 독주 중인 넷플
유튜브‧앱마켓‧검색엔진의 구글
한국 법인 영업이익 되레 감소해
한국에 납부하는 법인세 쥐꼬리
본사 수수료·매출 과소계상 문제
영향력 상당한데 의무는 ‘외면’

# 넷플릭스와 구글의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는 명실상부한 전세계 1위 OTT 플랫폼이다. 구글은 유튜브와 앱마켓, 검색엔진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서 올린 실적은 엉망이다. 두 회사 한국법인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 혹시 한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외형 경쟁에 몰두한 탓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본사로 들어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은 탓에, 구글은 핵심 사업인 앱마켓과 유튜브 프리미엄 매출을 실적에 포함하지 않은 탓이다.

# 회계상으로 번 돈이 얼마 없다 보니 법인세도 쥐꼬리만큼 냈다. 두 한국법인이 지난해 납부한 회계상 법인세는 각각 36억원, 155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증가했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와 구글은 한국 IT산업의 포식자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인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식을 바꿨다. 국내 OTT 시장에선 승기를 잡은 지 오래다. OTT 플랫폼으로만 승승장구하는 게 아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콘텐츠 제작비를 턱턱 내놓으면서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이제 좋은 시나리오는 자금력 있는 넷플릭스에 먼저 간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선점하다 보니 한국 제작사들은 '외주업체로 전락 중'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의 영향력은 넷플릭스보다 훨씬 세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의 구글 유튜브 사용 시간은 처음으로 월 1000억분을 넘었다. 국내 대표 플랫폼인 카카오톡(월 319억분), 네이버(월 222억분)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유튜브는 각종 앱 이용자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국민의 일상이 됐다.

앱마켓 구글플레이의 영향력은 더 무시무시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사소한 일상부터 재테크, 업무,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게 앱으로 통하는데, 구글플레이는 이 앱을 사고파는 장터를 통해 돈(수수료)을 번다.

이런 넷플릭스와 구글의 빅테크 한국 법인이 2023년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정황만 보면 큰 수익을 냈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유가 뭘까.

■ 역성장의 역설❶ 넷플릭스 =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233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4%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에 성공했는데, 문제는 영업이익이었다. 2022년과 견줘 15.6% 줄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1.4%에 불과했다. 전년에 기록한 이익률(1.8%)도 낮았는데, 그보다 더 악화했다.

티빙ㆍ웨이브 등 다른 경쟁 플랫폼이 적자만 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천하의 넷플릭스가 거둬들인 실적치곤 초라해 보인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던 탓일까.

넷플릭스와 구글은 시장 영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글로리 시즌2' 'DㆍP 시즌2' '마스크걸' 등이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택배기사' '경성크리처'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스위트홈 시즌2' 등의 흥행 지표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오징어게임' 같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글로벌 히트작을 내놓는 데도 실패했다.

다만, 이익 지표만 보고 넷플릭스가 장사를 못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넷플릭스의 경영방식을 보면, 한국 법인의 이익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법인은 쉽게 말해 '대리점' 역할을 맡고 있다. 글로벌 넷플릭스 본사와 유통계약(Distribu tion Agreement)을 맺고 구독료를 대신 받아주는 구조다.

대리점인 탓에 본사에 수수료를 낸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매출(8233억원)은 대부분이 구독료에서 나왔다. 이중 80.7%인 6644억원을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보냈다. 남는 돈으론 콘텐츠 마케팅과 한국 법인 인건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니 애초에 이익을 많이 낼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따져보면 넷플릭스는 되레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다. 콘텐츠가 크게 흥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매출은 순증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넷플릭스를 구독한 국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해 실적엔 넷플릭스의 '요금제 개편'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같은 가구에 속하지 않는 이용자끼리 계정을 공유하려면 매달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새 방침을 공지했다. 12월엔 광고 없는 요금제 가운데 가장 저렴한 '베이식 멤버십(월 9500원)'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 조치였는데, 이 효과는 올해 실적에 반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법인세를 많이 내지 않았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36억원이었는데, 이는 회계상의 기준이다.

실제로 납부한 금액은 이보다 24억원이나 적은 12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에 실제로 납부한 법인세도 쥐꼬리(36억원)였는데, 이마저도 3분의 1로 줄었다. 매출과 비교하면 0.1%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만든 웬만한 드라마 회당 제작비만도 못한 수준이다.

■ 역성장의 역설❷ 구글 = 구글의 한국 법인도 상황은 비슷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448억원, 영업이익은 2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하면서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외형 성장엔 성공했는데,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2022년(293억원)부터 따지면 2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다.

언뜻 봐도 매출은 적고, 영업이익은 형편없다. 특히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매출은 연매출이 8조~9조원에 이르는 네이버나 카카오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플레이 수수료'에서 발생한 매출을 반영하지 않는다. 고정사업장(메인 서버)이 한국에 없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구글플레이를 통해 거둔 수수료는 서버가 있는 싱가포르의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매출로 잡힌다. 업계에선 구글플레이의 한국 매출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코리아는 유튜브의 월정액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의 실적도 매출에 반영하지 않는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글로벌 매출이 지난해 15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했다는 걸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도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순전히 광고에서만 나온다. 주요 매출을 모두 제외했으니 영업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법인세가 미미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구글코리아 재무제표에 잡힌 법인세 비용은 155억원에 불과했다. 회계상 이익이 줄어든 탓에 법인세도 전년(169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네이버의 법인세 비용은 4963억원, 카카오는 1684억원이었다.

안타까운 건 이런 논란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신외감법을 시행하면서 '보이지 않던' 빅테크의 한국 사업 실적이 드러났지만, 뒤끝은 개운치 않다. 넷플릭스나 구글에서 보듯, 수익구조가 너무 불투명하다. "글로벌 빅테크에 공정한 조세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매출을 실적에서 포함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다만 국내에선 관련 논의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제 매출을 올린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의 2025년 발효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다.

전성민 가천대(경영학)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가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회피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버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규제를 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유튜브를 본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돌아온 건 별로 없다. 한국 시장에서 돈을 쓸어 담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한국에 낸 회계상 법인세가 36억원, 155억원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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