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10년··· 그라운드 떠나 목수 일하던 32세 좌완, 생애 첫 빅리그 꿈을 이뤘다

심진용 기자 2024. 4.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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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좌완 투수 캠 부저. AP연합뉴스



한국 메이저리그(MLB) 팬들에게 ‘목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몇몇 선수들이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 은퇴한 크리스 카펜터, 역시 세인트루이스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올해 다시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온 내야수 맷 카펜터 등이다. 이들이 국내 한정 ‘목수’로 불린 이유는 단순하다. 이름인 카펜터(Carpenter)가 목수라는 뜻이다.

이제 진짜 ‘목수’가 MLB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보스턴 좌완 투수 캠 부저(32)는 빅리그 콜업 첫 날인 20일(한국시간) 피츠버그 원정경기 8-0으로 크게 앞선 9회말 마운드 위에 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그는 내야 땅볼로 1점을 내줬지만, 삼진 1개를 포함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부저는 미지명 자유계약으로 2013년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기록은 좋지 않았고, 투수로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구단은 그를 외야수로 전향시키려고도 했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부진에 부상이 겹쳤다.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자전거를 타다 허리를 크게 다쳤다. 방황도 했다. 마리화나 양성 반응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7시즌 부저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고 고향 시애틀로 돌아와 목수 일을 시작했다. 천장에 방음시설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지만 영영 야구를 떠날 수는 없었다. 부저는 “작업 현장에서 매일 야구 경기를 생각했다”고 MLB닷컴에 말했다. 그는 다시 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복귀는 쉽지 않았다. 지역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으로 일단 시작했다. 레슨을 마친 뒤 홀로 훈련했고, 때로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캐치볼을 했다.

부저는 본격적으로 복귀 준비를 했다. 목수 일을 그만뒀고, 전담 트레이너를 구했다. 2021년에는 독립리그 구단과 계약했다. 2021년 프로 복귀 첫 경기에서 시속 101마일(161.6㎞)을 던졌다. 재능은 충분했던 선수였다. 이듬해 그는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2023년 보스턴으로 옮겼다. AAA리그에서 57.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했고, 올시즌엔 4차례 중간 등판해 6.2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으며 2실점만 했다.

부저는 결국 빅리그 꿈을 이뤘다. 그는 MLB닷컴에 “커리어의 초반부는 내가 생각해도 좋지 않았다. 몇 번 실수도 했다. 하지만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모든게 훨씬 더 명확했다”고 말했다. 부진과 부상, 방황 그리고 다른 직업까지 거치는 동안 선수로서 마음가짐은 좋아졌고, 불안했던 제구도 한층 나아졌다고 MLB닷컴은 평가했다. 지난 10년을 부저는 담담하게 돌아봤다. “긴 여정이었지만, 좋은 여정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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