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페퍼톤스, ‘챌린지’ 유행 몰라도..“노포처럼, 변하지 않고 계속”[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데뷔 20주년을 맞은 페퍼톤스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17일, 페퍼톤스의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은 20년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온 페퍼톤스의 음악을 추억하고 다음 걸음을 향한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기념 앨범. 페퍼톤스는 앨범 발매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참 시간이 빨리 갔다”고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신재평은 “저희는 사실 ‘어디를 향해 달려가자’ 해서 20주년까지 온 건 아니다. 한해한해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다보니 어느덧 20주년이 됐다. 꾸준히 하다보니 나이를 먹고 20살이 돼 있는 게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엄청 대단한일처럼 기념하고 축하해주는게 부끄럽고 겸연쩍고 쑥스러운 건 있다”고 멋쩍어 했다.
이장원은 “홈페이지에 보면 ‘since 2004’라고 적혀 있는데, 그걸 2004년부터 써놨다. 그때는 웃긴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당연히 영원할거라 생각했지만, 정확히 ‘10년 뒤에 이걸보면 좋겠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박아놨던 문구였는데 20년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관록있는 맛집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때 박아 놨던 그 말이 그대로 있는게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데뷔 때와 10주년, 20주년을 비교했을 때 지금이 좀 더 자랑스러워서 ‘20주년이다’라고 말하고싶은 마음이 있다. 그 사이에 우리가 그래미를 탔다거나 그런 쾌거가 있었던건 딱히 없지만, 우리가 이 모양 그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기분 좋은 모양으로 유지해왔다는게 20년이 되니 뿌듯함이 느껴지더라.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축복인 세상 아니겠나. 어떤 면에서는 계속 할수 있었다는게 행운이고 감사함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앨범은 A side ‘SURPRISE!!’와 B side ‘<< REWIND’로 나뉜다. ‘SURPRISE!!’에는 SUMIN, 잔나비, LUCY, 나상현씨밴드, 이진아, 멜로망스 정동환, wave to earth, 유다빈밴드, Dragon Pony, 스텔라장, 권순관 등이 리메이크한 페퍼톤스의 대표곡들이 담겼다.
신재평은 “2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 회사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20주년이니까 20곡 내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20곡을 어디서 갑자기 찾아낼까 고민했다. 안테나는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해내는 회사다. 회사에서 할수있는 방식의 축하와 선물은 음악을 만드는 거다. 직접 곡을 쓸 순 없으니까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 기획을 들었을때는 “그게 될까?” 싶었다고. 신재평은 “헌정 앨범이라거나 리메이크 앨범, 트리뷰트 앨범처럼 기념앨범은 대단한 성취를 한 레전드들에게 주어지는 상 같다고 느꼈다. 저희는 그렇다 하기엔, 저희 딴에는 훌륭하다 생각하지만 그건 둘의 얘기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적도 없고 전국민이 아는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래가 알음알음 오랫동안 들려지면서 축적된 힘으로 가고 있다. 사람들이 다 안다기보다 아는 사람이 많이 좋아해주는 팀이라 생각한다. 그런 저희가 이런 앨범을 과연 만들어낼수 있을까, 그런 앨범이 만들어질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10 팀의 아티스트들이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고,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신재평은 “고맙고, 저희가 하는 일들이 ‘모종의 영향력이 있었나보다’라는 나름의 뿌듯함을 느꼈다”며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던 분들도 이런 음반을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저희들의 바운더리 안에서 재밌고 북치고 장구치고 했는데, 이번 음반을 통해 직접적으로 도움받고 인연을 맺는 경험을 했다. 한편으로 어떤 식의 책임도 느껴지더라. 우리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한테 영향 미치고 있고 후배들중에서도 이런것들 보고 참고한사람도 있겠구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 REWIND’는 그간 세상에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페퍼톤스의 미발매곡들이 담겼다. 신재평은 “추억의 서랍을 열어서 예전에 써놨던 곡들 중 수록되지 못한 미발표곡들을 모았다. 새로운 곡과 섞어서 반 이상은 예전에 썼던 노래들이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서 진 애들의 패자부활전같은 느낌. 애착가는 노래를 모아서 발표했다. 주로 10년 넘은 노래들이다. 저희들의 회고록같은 앨범이 B side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B side 앨범의 타이틀곡은 가장 최근에 만든 ‘라이더스’다. ‘라이더스’는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을 바탕으로 더 멀리 나아가겠다는 페퍼톤스의 다짐과 포부가 담긴 곡. 신재평은 “음반 기획이 모두 끝난 후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생각과 정서를 담아서 가장 마지막에 쓴 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록곡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모든 습작과 데모를 다 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10곡만 추리는 데 제일 긴 시간을 쏟았다. 다 의미있고 좋지만 청자가 들었을때도 페퍼톤스의 결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납득이 되는 곡들을 골랐다”고 밝혔다. 이장원은 “쉬운일은 아니었다. 옛날 일기장을 들추는게 쉽지 않지 않나. 사실 어떤 밴드나 그렇겠지만 앨범에 실린곡들보다 훨씬 많은 습작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들이 다 선정되지 않은데는 제각각의 이유들이 다 있다. 어떤건 아쉽게 떨어진것도 있지만, 저희 둘 사이에서 만장일치가 없으면 결정되지 않는 게 많아서 한쪽이 극심하게 반대하거나 놀렸다거나 하는 곡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있었던 걸 다시 끄집어내서 얘기해보는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돌이켜 봤다.
2004년부터 밴드를 결성해 무려 20년간 함께 팀을 유지해온 두 사람. 신재평은 “19살에 만나서 23살에 밴드 만들었고, 24살에 데뷔해 지금은 44살이 됐다. 오랫동안 같이 친구로 지냈고, 일도 함께 했다. 이 친구랑 저랑은 같이 일하는 동업자기이도 하다. 여러가지 많은 분야에서 서로 부드럽게만 보진 않았을것 같다. 그럼에도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앉아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꾸준히 8번째 정규앨범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공연도 빠짐없이 정기적으로 하는게 복받은것 같다. 친구 잘 만나서 복이 계속 지속되는구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이장원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장원 역시 “제가 결혼 3년차다. 혼자 있다가 배우자 (배)다해가 제가 생활하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 처음에 만날땐 ‘친구랑 어떻게 일을 하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20주년이라는 얘기를 듣고 ‘친구랑 일하면서 20년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그런 친구랑 일을 할수 있는 오빠들이 부럽다’고 하더라. 저희 같은 경우에 처음 우리끼리 멋부리고싶어서 밴드를 시작했다. 즐겁자고 시작한 일인데, 지금까지도 ‘친구들끼리 만든 재밌자고 한 밴드’라는 콘셉트가 우리 사이에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이게 우리의 주업이 됐지만 그때의 그 기분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들을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 서로 이해하는거 양보하는거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 그게 어렵지 않다. 저는 멋대로 사는 사람인데 재평이가 나랑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페퍼톤스가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해 온 사이, 가요계에는 여러 변화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숏폼의 유행으로 그에 맞춘 곡들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바. 이장원은 “틱톡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곳이라는 건 안다. 거기 쓰이기 좋은 음악이 뭔지까지는 저희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운이 좋아서 우리 노래가 챌린지에 사용된다면 기분이 매우 좋긴 할것 같지만, 그런 걸 고려하며 곡을 만들기엔 아쉽게도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제한적이라 그런 걸 생각하고있진 않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저희가 처음부터 그랬듯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독자적인 성격들이 있는 음악을 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걸 대차게 발표하고 공격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준비 됐을 때 발매를 할수있는 여건이 감사하게도 돼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을 선보일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마치 적립식 펀드처럼 ‘적립식 밴드’가 돼서 탄탄하게 다져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저희도, 들어주시는 분들도 우리만의 세계가 구축이 돼있다. 저희가 새로운 작품을 계속 발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이전까지 차근차근 적립해온 것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재평은 “저희도 릴스를 찍었는데,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냥 마케팅 도와주시는 회사분들이 ‘이런거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안 하던 걸 해보면 재밌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한 새로운 시도다. 저희는 고지식한 사람들인가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플랫폼의 변화에 맞춰서 음악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노포 가면 엣날이랑 똑같이 음식을 내오지 않나. 그런것처럼 저희는 변하지 않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인 것 같다. 실제로 저희들이 홍보하는 툴도 저희는 아직 이메일 쓴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SNS도 많이 변했는데 계정이 활발하게 운영되는게 없었다가 최근에서야 회사에서 강하게 푸시해서 하고있다. 홈페이지도 20년 전 디자인 그대로 구닥다리같은 홈페이지를 쓰고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키고 싶은 건, 저희들의 낙관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다. 신나고, 쳐지지 않는, 경쾌한 음악. 위로받고 차분한건 잘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처음에 하려고 했던걸 꾸준히 지켜나가며 그 안에서 작은 변화를 취하고 있다. 저희들이 가지고 가고싶은 정서를 일관되게 가져가다보니 예능 BGM으로 많이 써주기도 하더라. 노린게 아니라 그때마다 일들이 벌어져서 고맙다. 예상치 못했지만 그런 일들이 생기는것 같다. 이렇게까지 노래들이 롱런할 줄 몰랐다”고 페퍼톤스라는 팀의 색을 설명했다.
신재평은 페퍼톤스의 노래가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을 묻자 “음악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저희가 열심히 뭔가 했을때 들어주는 분들은 어디 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갖고 간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이어폰 꽂고 살았던 학창시절만큼 많이 듣게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음악을 듣게 되면 예전에 들었던 걸 다시 듣게 되더라. 그게 음악의 특징이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어릴때 들었을 때, 조금 더 커서 들었을때,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창작자로서 들었을 때, 그때 그때 마다 새롭게 들리는 부분이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고 저희도 고민하고 있다. 주제로 삼는 것들이 쉽게 반짝하고 휘발되는 게 아니라 청춘이라거나, 희망이라거나, 진부할수있지만 그런 류의 주제들을 갖고 음악을 했던 게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똑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 외에도 20주년을 기념할 만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장원은 “음반 뿐아니라 2024년은 ‘20주년의 해’로 지정해서 공연도 기획하고 있고, 그 뒤로도 20주년을 상기시킬만한 크고 작은 공연과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연말까지 재밌는 일들 많이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절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은 6집, 7집 앨범처럼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나 소설 같은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있는 건 아니다. 앨범 전체가 우리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것이다, 그런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엄청난 서사시는 없지만, 페퍼톤스 20주년이면 그 정도면 괜찮은 서사시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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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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