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디어, 주가 급락 원인 '무차입 공매도' 지목…월가 '반발'

이한나 기자 2024. 4.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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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SNS '트루스소셜' 앱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가 지난달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의 배경을 '무차입 공매도'로 돌려 월가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디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입니다.

트럼프 미디어는 현지시간 1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전날 나스닥에 "잠재적인 시세조종 행위에 주의를 기울여달라"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미디어의 데빈 누네스 최고경영자(CEO)는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CEO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SEC의 공매도 규제(Regulation SHO)에 따라 일반적으로 불법에 해당한다"면서 "트럼프 미디어 주식은 공매도 '한계 종목'(threshold list)에 등재됐는데 이는 불법 거래 활동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네스 CEO는 공화당 연방 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입니다.

누네스 CEO는 서한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수준 높은 시장 참여자가 개인 투자자를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얻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엄격히 금지되며 미국에서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SEC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금융투자업자에 의한 공매도나 시장조성을 위한 공매도, 해당 증권을 소유하고 있음이 분명한 고객을 대신해 금융투자업자가 수행하는 공매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하고 있습니다.

누네스 CEO는 "트럼프 미디어가 공매도하기에 가장 (수수료)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라며 "이는 증권사가 실재하지 않는 주식을 빌려줄 상당한 재정적 유인이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타델 증권, 버투 아메리카, G1 엑시큐션 서비스,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 등 4개사가 트럼프 미디어 이상 거래량의 60%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누네스 CEO가 금융사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 회사가 불법 거래에 연루됐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자 시타델 증권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시타델 측 대변인은 "누네스는 주가 하락을 무차입 공매도 탓으로 돌리는 인물로, 흔히 말해 '루저'(패배자)에 해당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시타델 증권은 컴퓨터 알고리즘 거래로 유명한 금융사입니다. 계열사인 시타델 헤지펀드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미 공화당의 정치자금 '큰손'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이날 9.6% 오른 36.38달러에 마감, 최근 3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상장 직후 고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여전히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트럼프 미디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딴 종목코드(DJT)로 지난달 26일 뉴욕증시에 우회상장해 이틀간 주가가 급등하며 장중 79.0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상장 사흘째부터 하락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월가 안팎에선 트럼프 미디어 실적을 근거로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 1일 트럼프 미디어는 지난해 매출이 410만 달러(55억5천만원)를 기록하며, 5천800만 달러(78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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