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판박이 관광사업… 관광객 발길 ‘뚝’ [집중취재]

김보람 기자 2024. 4.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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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어차•국궁장 등 프로그램 반복... 7년 새 관광객 38%↓•외국인 72%↓
봉돈 등 성곽 활용한 사업 ‘태부족’... 서울 남산 봉수대 홍보와 대조적
봉돈 불꽃 피우기 등 新사업 필요... 수원문화재단 “다양한 방안 검토”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어 화성 성곽 등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수원화성 봉돈의 모습. 윤원규기자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관광특화사업이 수년째 정체되면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안팎에선 수원화성의 성곽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수원화성의 관광객은 지난해 103만901명으로, 지난 2016년(166만9천847명)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만6천648명에서 4만796명으로 72%나 대폭 줄었다.

관광객이 7년째 꾸준히 줄고 있지만, 수원화성의 관광 사업은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행궁동 왕의 골목여행·국궁장 등 관광체험시설·화성어차 탑승 등의 관광사업이 수년 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화홍문 등에 미디어아트쇼를 추진하는 사업이 만들어진 정도다.

특히 1979년 수원시가 화성의 성곽을 모두 복원해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곽을 홍보, 활용한 관광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수원화성을 다녀간 관광객 홍기배씨(75)는 “중학생인 손자와 수원화성에 왔다가 ‘왜 봉수대가 아닌 봉돈이라고 부르느냐’, ‘봉돈에 왜 연기나 불이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들었다”라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곽, 봉돈을 그대로 놔두기 보다, 실제 연기를 피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불꽃 모양의 전등 등을 달아 밤에 멀리서도 환하게 보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원화성만의 시그니처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수대를 활용한 관광사업이 활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수원 봉돈과 함께 전국 봉수의 집결지이던 ‘남산’ 봉수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12시에 연기를 피운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 중 하나로 1구의 봉수대에 10분간 연기를 피워 봉수대의 역할을 알리고, 남산을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강릉시 역시 지난해 9월 ‘소동산’ 봉수대에서 거화의식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봉수의 면모를 재현해 홍보에 전념할 계획을 세웠다.

안국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큰 규모로 하기 때문에 봉돈에도 불꽃을 피워 능행차와 맞물려 홍보하고, 세계적인 문화 관광 이벤트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곽이 보존돼 있지만, 성곽에 대한 홍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봉돈의 역할과 기능, 성곽에서의 신호 체계, 성곽의 기능 등 교육하고 홍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케팅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 만큼 시설물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수원화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봉돈을 이용한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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