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중동 총성에 유가 들썩…‘기름값’ 오를땐 순식간 내릴땐 찔끔? 왜 그럴까

옥성구 2024. 4.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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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에 재보복…‘중동전쟁’ 위기감 고조
전국 휘발윳값 리터당 1700원 돌파…오름세 지속
“국제유가 오를땐 빠르게, 내릴때는 천천히” 불만
정유업계 “기존 재고 소진 필요…1~2주 시차 필요”
정부, 국제유가 편승 과도한 기름값 인상 여부 점검
서울시내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나타나 있다. 2024.03.05. 뉴시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감행하며 ‘중동전쟁’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제 유가가 3% 이상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들썩이자 국내 기름값도 1700원대를 넘어섰고 당분간 고유가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라 운전자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국제 유가 급등 소식에 기름값이 인상될 때는 순식간에 오르면서, 반대로 인하될 때는 찔끔 반영된다는 게 운전하는 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리터(ℓ)당 1704.14원, 경윳값은 1566.33원이다. 올해 초 1500원대 후반을 오르내리던 휘발윳값은 2월이 되면서 1600원대로 올라서더니 이달 들어 1600원대 중반이 됐고, 최근 일주일 새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최근 기름값 상승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난 13일 이란이 시리아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스라엘에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했고, 정확히 6일 만인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타격하며 중동 리스크가 고조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도 확전을 피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며 국제 유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결국 재보복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배럴당 3% 넘게 급등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4% 상승했다. 양국의 전면전으로 세계 산유량의 5분의 1이 흐르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유가는 급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전면 공습을 감행했다. IRNA 제공=연합뉴스

국제 유가 인상으로 국내 기름값도 치솟을 기미가 보이자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 및 압축천연가스(CNG)의 유가연동보조금 정책을 오는 6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인하율은 기존과 같이 휘발유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는 각각 37%씩이다.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며 기름값이 1800원대 이상으로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와 달리 조치가 연장되면서 일단 기름값 급등은 막았다. 그러나 기름값이 1700원대를 돌파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때 국내 기름값은 꿈쩍도 안 하더니 국제 유가가 치솟자 기름값에 곧장 반영돼 확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재고 소진이 필요한 만큼 인상이든 인하든 가격 반영에는 1~2주가 소요된다는 게 이유다. 정유사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유통 절차나 재고와 관계없이 가격 반영이 가능하지만,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주유소의 경우 가격 조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해명이다. 전체 1만 1000여개 주유소 중에 80%는 자영주유소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라는 공식이 실존한다는 반박도 있다. 소비자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정부가 2018년 11월 유류세를 인하할 때 한 달이 지나서도 상당수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를 반영한 가격으로 기름값을 낮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류세 인하가 종료된 2019년 5월에는 일주일 만에 전체의 96.5% 주유소가 일제히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감시단은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고 올릴 때는 빨리 올리는 비대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중부에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돔 방공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2024.04.14. 뉴시스

그렇다면 기름값은 어떻게 책정될까. 휘발유 가격의 절반은 세금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에서 부과하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64.4%, 교육세 9.7%, 자동차세 주행분 16.8%, 부가가치세 9.1%로 구성된다. 유통 구조에 있어 정유사에서 정유를 거친 뒤 반출되는 과정에 유류세가 붙는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30개월 넘게 유지하고 있는 데는 국제 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그 변동 폭을 세금으로 잡으려는 취지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중동위기 고조 등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동 전쟁 리스크에 편승해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건 없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석유시장점검회의 및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을 통해 기름값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를 때도 정부가 석유가격 점검 대책을 펼치자 국내 정유사들이 상대적으로 기름값 인상을 자제하며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새벽 미사일로 이란 내부 시설을 타격했다고 미국 ABC뉴스가 익명의 미 관료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날 이스파한주 중부 공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그래픽 뉴스1

옥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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