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알뜰폰①] 1000만 고지 앞두고 '단통법 폐지'·'제4이통' 파고 넘어설까

심지혜 기자 2024. 4.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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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시장 정체에도 꾸준한 가입자 확대를 이뤄온 알뜰폰 산업이 격랑에 휩싸였다.

1000만 가입자 고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제4이동통신사 출범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통3사 체제로 굳어진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은 2020년 6월 이후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렸다.

다만 이통3사 자회사들의 가입자들이 여전히 전체 알뜰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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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통신' 내세운 알뜰폰 벌써 900만 육박
단통법 폐지·제4이통 출범에 알뜰폰 시장 성장세 급제동
법안 폐지될 경우 이통사 번호이동 쏠릴 듯…제4이통, 알뜰폰과 저가 경쟁 예고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이동통신 시장 정체에도 꾸준한 가입자 확대를 이뤄온 알뜰폰 산업이 격랑에 휩싸였다. 1000만 가입자 고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제4이동통신사 출범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알뜰폰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수들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반값 통신' 알뜰폰 폭풍 성장…가입자 수 900만 육박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는 약 84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15.7%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19.4%)와는 3.7%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네트워크를 도매가로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대안으로 제4이동통신(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정책을 제시했지만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그 대안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다. 알뜰폰은 '반값 통신'을 내세운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초창기인 2011년 40만여 회선으로 시작지만 2015년에 이르러서는 가입자 수가 10배 넘게 뛰었다. 한때 역성장을 하기도 했으나 반등에 성공했고, 이제는 900만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특히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유통망이 열세인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판매 대행까지 맡았던 게 시장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도 컸다. 단통법은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소비자 차별을 막으면서 이동통신 유통 시장 건전화를 위해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법이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시함으로써 차별적 지급행위를 막는 법안이다.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소비자들이 기존 이동통신 요금보다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가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성장한 알뜰폰은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적잖이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통3사 체제로 굳어진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은 2020년 6월 이후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렸다. 많은 이통3사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출시된 '0원 알뜰폰 요금제'도 관련 시장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가입자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4년여 만에 가장 많은 번호이동 건수(52만6909건)를 기록했다. 알뜰폰간 번호이동도 17만4253건이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 자본을 발판 삼아 토스모바일과 KB리브엠 등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도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 토스모바일은 10만 가입자를 확보한 중소 알뜰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였고 리브엠은 KB국민은행이 규제 특례를 받으면서 가능했다.

다만 이통3사 자회사들의 가입자들이 여전히 전체 알뜰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알뜰폰 시장 1위인 KT엠모바일(KT)을 필두로 U+모바일(LGU+), 헬로모바일(LGU+), SK텔링크(SKT), KT스카이라이프(KT)가 사실상 대장 노릇을 한 것이다. 사실상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그대로 전이됐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5일 서울 시내 한 통신사매장에 광고문이 붙어있다. 오는 16일부터 가입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면서 공시지원금을 받아 휴대전화를 바꾸는 소비자에 대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어 통신 3사는 전환지원금 도입에 앞서 갤럭시 S24 공시지원금을 최대 60만원까지 인상했다. 2024.03.15. kgb@newsis.com

'단통법 폐지'·'제4이통' 알뜰폰 성장세 제동 우려

분위기가 급변한 건 정부의 통신정책 기조가 달라지면서다. 새로운 통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정책은 단통법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다.

올초 정부는 단통법 폐지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법 시행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 단통법 도입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건전화는 이뤘지만, 반대로 시장 경쟁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 추진을 공식화한 건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급 경쟁을 촉진해 스마트폰 구입비라도 낮추는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다만 국회의 법 폐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그 이전에 전환 지원금 지급을 명시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른 이통사로 갈아타면 지원금을 더 주는 형태로 정책을 우선 시행 중이다.

알뜰폰 업계는 걱정한다.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 되면 이통3사로 가입자 이동이 쏠려 알뜰폰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보조금이 늘어나면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신규 휴대폰 구매시 통신사에서 구매하겠다고 답한 이들이 75%나 됐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에 앞서 도입한 전환지원금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환지원금은 가입 이통사를 바꾸면서 공시지원금을 받아 휴대폰을 살 때 이통사가 추가로 제공하는 혜택이다.

지난 3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전월 대비 30.5%,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했다.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해 온 가입자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이동한 번호이동 수치는 전월보다 17.7% 늘었다.

공식 출범을 앞둔 제4이동통신사도 알뜰폰에겐 위협적이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올초 실시한 5G 28㎓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을 최종 적어내면서 제4이통 사업자로 확정됐다. 5월 4일까지 법인 설립을 마치고 주파수 할당 대가의 10%를 납부하면 정식 이동통신 사업자가 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최우선 경쟁력으로 '파격 요금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통3사가 낼 수 없는 저렴한 요금제로 통신시장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일각에선 제4이통이 정부가 추진해온 알뜰폰 정책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3사와 경쟁하기 전에 알뜰폰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변 의원은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알뜰폰을 도입했는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정책일 수 있다"고 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존 알뜰폰과 시너지를 내기 보다는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알뜰폰은 저가 시장을 주로 공략해 왔는데, 이제는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정책 마찰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영 악화 상황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 알뜰폰은 생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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