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윤종 산기평 원장 "신진연구자 R&D 지원 박차…한국판 테슬라 만들 것"

손차민 기자 2024.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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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개편된 신규 과제 시작…신진연구자 지원 마련
한국서도 애플·테슬라 나오도록…판 기술 개발 힘 보태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16. photocdj@newsis.com


[세종=뉴시스]손차민 이승주 기자 = "연구개발(R&D) 계속 과제는 줄어들고 신규 과제는 아직 공모 과정 중이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시차에 대해 연구자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대대적인 R&D 예산 개편으로 인해 젊은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산업 기술 R&D 지원 현황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을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산기평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산업 분야에 대한 R&D를 지원하는 산기평 수장인 그는 최근 R&D 분야 연구자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전 원장은 "그동안 정부가 R&D 사업을 관성적으로 진행하면서 새로운 과제나 도전적인 과제에 신진연구진 참여가 오히려 제약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R&D 예산이 추세적으로 늘며 '필요한 과제인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일부 조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R&D 예산 개편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미래 지향적이고 수요 기업이 원하는 과제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당장 총량이 줄어든 결과가 나타났고 현장에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 것 같다"며 "계속 사업들을 일부 줄어들었지만 신규 사업은 많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어느 정도 조정을 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R&D 과제가 확대되고, 향후 장기적으로 보면 줄어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현장에 어려움이 있으니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R&D 개편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R&D 과제들은 아직 공모가 진행 중이다. 이에 전 원장은 연구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시간이 흐르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신규 R&D 과제는 1~2월 공고가 나갔으며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6월 과제가 시작된다.

사실 인터뷰를 위해 전 원장을 만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산기평의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 대면하기로 했으나, 전날 긴급한 행사로 인해 장소가 급하게 변경된 것이다.

미리 잡은 인터뷰를 변경하게 만든 행사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기업과 함께하는 신진연구자 성장 대화'다. 이날 산업부는 전략수립·과제기획·선정평가 등 R&D 프로세스 전반에 신진연구자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안을 발표했다.

전 원장은 "신진 연구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각별하게 제도적인 보완책도 만들었다"며 "신진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R&D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산기평은 국가 산업기술 R&D 사업을 기획·평가·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쉽게 말해 산업 분야에 대한 R&D 과제를 기획하고, 평가·관리, 이후 성과 확산까지 전 주기의 산업기술 R&D를 뒷받침하는 산업부 산하 전문기관이다.

전 원장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모 과정을 거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신진연구자에게 정보·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줄이더라도 현장에 수요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적게 줄이고 현장의 수요가 적은 부분은 비교적 많이 줄이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16. photocdj@newsis.com


산기평은 우리나라에서도 애플, 테슬라와 같이 기존의 판을 바꿀 만한 파괴적 혁신형 기술을 가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일명 '알키미스트2.0(가칭)' 프로그램이다.

전 원장은 "알키미스트2.0는 애플·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리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아이폰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액정 기술, GPS 기술, 무선통신 기술을 모아서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고 이런 게 우리가 해야 하는 글로벌 선도형 기술"이라고 밝혔다.

또 "이전에 GM, 르노가 전기차를 주도할 땐 소형 전기차를 만들어 왔는데, 테슬라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럭셔리차로 전기차의 개념을 바꿨다"며 "테슬라가 기존의 전기차하고는 전혀 다른 컨셉을 만든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정부가 R&D에 개입할수록 민간의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모아 실제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폰만 하더라도 핵심 기술은 미국 정부가 발주한 기술이 많다"며 "LCD(액정표시장치), 인터넷을 비롯해 아이폰에 들어가는 통신도 미국 정부가 발주한 원천 기술을 묶은 것이고 테슬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알키미스트2.0은 파괴적 혁신 기술에 국제 협력을 보태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골자다. 국내 연구자만의 칸막이식 연구로는 미래 먹거리 기술 발굴에 한계가 있기에, 해외 연구자들과 국제 협력을 통해 10년 전후 세계 시장을 선도할 미래 판 기술을 찾는 것이다. 올해 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될 예정이다.

산업부와 산기평이 만들고 있는 알키미스트2.0가 중기 R&D 사업이라고 하면, 현재 진행 중인 '초격차 프로젝트'와 '알키미스트'는 각각 단기·장기형 프로젝트다.

초격차 프로젝트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해 경쟁국을 추월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을 갖추는 게 목표다. 당장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책임질 시급한 단기형 R&D 사업이다. 산업부는 올해 40대 프로젝트 중 25개 프로젝트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전폭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알키미스트 사업은 실패를 염두에 둔 도전혁신형 과제를 담고 있다.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만 한다면 미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지원 사업이다. 현재 노화역전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초임계 소재, 지속 가능한 비욘드 플라스틱 등을 추진 중이다.

국가 산업기술 R&D를 지원하는 산기평의 과제에 대해 전 원장은 '핵심 기술을 이용해 제조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제조업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룩해 온 우리나라에서 '기술'은 국가 경쟁력이자 미래 그 자체다. 이에 산기평은 단기·중기·장기별로 적기에 우리나라 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전 원장은 "연구자들이 오롯이 연구에만 집중해 최고 성과를 낼 수 있게끔, 애로사항을 미리 고민하고 상호 소통하는 데 전념하겠다"며 "선도적 미래 이슈 발굴 및 연구 자율성 극대화 등 세계 최고·최초 기술 선점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16.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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