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태양절’ 대신 ‘4월 명절’…김정은 홀로서기? 외

KBS 2024. 4. 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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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5일은 김일성 생일이었습니다.

북한은 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와 함께 전날인 14일 밤에는 전야제를 열어 자신들이 최대 명절이라고 부르는 이 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관영매체들은 김일성 생일을 가리키는 '태양절'이란 명칭을 거의 쓰지 않고 '4월 명절, 4월 봄명절' 등으로 바꿔 불렀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요즘 북한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리포트]

지난 14일 어둠이 깔린 김일성 광장에 군중들이 모여 군무를 춥니다.

광장 위로는 불꽃들이 터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열린 전야제 행삽니다.

[조선중앙TV/4월 15일 : "환희의 춤 파도가 출렁이는 광장에 경축의 축포가 터져 올랐습니다."]

김일성 부자 동상이 있는 만수대에서는 헌화 행사가 열렸고, 조선소년단 입단식과 전국연합단체대회도 진행됐습니다.

이와 함께 전국 각지에선 다양한 경축 공연과 무도회, 체육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조선중앙TV/4월 15일 : "각지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112돐(돌)을 뜻깊게 경축했습니다."]

김일성의 생일은 김정일 생일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 명절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을 태양에 빗대 생일을 태양절이라 부르며 대대적으로 기려왔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달라진 게 있습니다.

'태양절'이라는 명칭 대신 '4월 명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겁니다.

[조선중앙TV/4월 15일 : "4월의 봄 명절을 뜻깊게 맞이하고 있는."]

["4월의 명절을 맞으며."]

[조선중앙TV/4월 14일 : "뜻깊은 4월의 봄 명절을 맞으며."]

대표적인 관영매체만 보더라도 올해 김일성 생일 당일에 말과 자막을 포함해 2번 언급됐는데, 작년 4월 15일에 총 30번 언급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납니다.

통일부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 선대의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는 '김정은 홀로서기'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4월 16일/9시 뉴스 : "선대 지도자를 지나치게 높은 위상으로 설정할 경우 자신의 시대가 상당히 왜소해지는 부분이 있죠. 자신의 시대에 자신에 맞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일종의 행동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가 공고해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용어를 지금은 혼용해 쓰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선대를 신비화하는 것이 주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김정은이 판단했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신비화된 선대의 존재가 오히려 김정은의 새로운 2(두)국가론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통일부는 해석했습니다.

[앵커]

황당한 TV 건강 정보…“정치적 노림수”

북한 관영매체는 건강이나 의학에 관련된 방송을 자주 하는데요.

그런데 매체에서 전하는 건강 정보가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파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거나 밀이나 감자가 당뇨에 좋다는 식입니다.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소식, 믿기 힘든 북한의 건강 정보입니다.

[리포트]

관영매체가 컴퓨터 사용 시 주의할 점을 지적합니다.

컴퓨터 전자파 때문에 음식이 변한다고 설명하는데요.

[김정철/김만유병원 의사 : "컴퓨터 앞에서 물을 마시거나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전자기파가 물이나 음식물의 성질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또 컴퓨터 앞에서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흡연 자체가 해롭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전자파가 호흡기에 좋지 않다는 겁니다.

[박광식/KBS 의학 전문 기자 :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 세기가 약하기 때문에 음식물의 분자구조를 변화시킬 만큼 강력하지가 않습니다. 전자파가 호흡기나 면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습니다. 흡연을 컴퓨터의 전자파와 연관 지어서 특별히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에 좋다는 식재료를 소개하는데, 우동은 순수 밀로 만들어지니까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강일심/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 : "최근 연구자들에 의하면 순수 이 밀로 만든 그런 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 속에서 당뇨병에 걸리는 일이 적고 또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좋아졌다고 합니다."]

감자도 언급하는데 가루를 내먹으면 당뇨나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황당해합니다.

[박광식/KBS 의학 전문 기자 : "감자나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오히려 당뇨병 환자들이 피해야 될 음식 중 하납니다. 섭취하고 나서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가 있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 몸에서 인슐린 요구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당뇨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식품들입니다."]

이처럼 앞뒤 맞지 않거나 어색한 건강 정보를 내보내는 것에는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탈북민은 말합니다.

[최정훈/탈북 의사/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감자가 식량 확보 차원에서 더 나오니까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밖에 먹을 수 없지만 '너희가 이게 좋은 거 먹고 있는 거다' 하고 선전하는 거잖아요. 주민들을 생각하는 정치가 없는데 체제 유지, 체제 유지 차원에서 그거밖에 없으니까."]

결국 북한 매체에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이면에도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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