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딸' 1만2000㎞ 날아와 직관, 아빠는 강해졌다…"가족 그리워 힘들었는데"

김민경 기자 2024. 4. 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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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힘들었거든요."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2)는 한국에서 재도전을 선택했으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라모스는 2022년 kt 위즈와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기대를 모았다가 새끼발가락 골절로 이탈하면서 18경기 만에 짐을 쌌다. 절치부심한 라모스는 올해 두산과 7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이번에는 꼭 KBO리그에서 성공기를 쓰겠다 다짐했으나 개막하고 11경기에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 8타점, OPS 0.502에 그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2군에서 2주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라모스는 생존을 위한 재정비에 들어갔다. 조인성 잔류군 코치가 라모스를 전담하면서 1군에 다시 올라갔을 때는 달라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KBO리그에 재도전하는 라모스로서는 당연히 쫓기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타지에서 홀로 버티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라모스가 가장 힘들 때 가족이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라모스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세 아이가 지난 14일 한국으로 입국했다. 라모스 가족이 머무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대략 1만2000㎞다.

생후 2개월인 막내딸도 가족과 장거리 비행을 함께했다. 라모스는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당시 만삭인 아내 곁을 지키느라 1주일 정도 늦게 훈련지로 합류했다. 라모스는 구단과 약속한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으나 막내는 태어나지 않았고, 결국 아내의 출산 장면을 지켜보지 못한 채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라모스는 막내딸이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한국에서 직접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힘을 얻은 라모스는 19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맞춰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라모스는 1군에 복귀하자마자 6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라모스의 가족은 모두 경기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라모스를 응원했다. 라모스의 어머니와 첫째 딸, 둘째 아들이 나란히 앉았고, 라모스의 아내는 막내딸을 담요로 감싸서 안은 채 경기를 관전했다. 아들은 구단 모자도 착용하는 등 경기를 즐겁게 즐겼다.

가족이 처음 경기장에 응원을 온 덕분일까. 라모스는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19-8 역전승에 기여했다. 두산은 3연패에 빠져 있었는데, 돌아온 라모스가 화력을 더해 준 덕분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라모스는 다만 수비에서는 평소보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는데, 2군에서는 타격에 집중했던 만큼 경기를 치르면서 수비 감각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맹타를 휘둘렀다. ⓒ 두산 베어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에 앞서 "라모스가 작년에 트리플A(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좋았던 모습을 보고 싶다. 일단 범타가 되고 안 되는 것을 떠나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했으면 한다. 결과는 2번째 문제다. 2군 내려가기 직전 마지막 경기 때는 사실 굉장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스윙을 했다. 조금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라모스는 이 감독이 보고 싶어 하던 모습을 첫날부터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라모스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가족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가족이 매우 그립고 보고 싶어서 힘들었다. 한국에서 야구도 해야 하는데, 미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서 솔직히 심적으로 힘들었다. 가족이 이제 한국에 와서 나는 이제 100%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경기만 생각할 수 있어서 지금 매우 심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국에 와서 두산에 합류하고 뛰는 경기를 가족이 처음 보는데, 내가 오늘(19일) 좋은 경기력으로 가족들을 환영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막내딸은 생후 2개월밖에 안 됐는데, 장거리 비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많이 예뻐해 주겠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1군 복귀전에서 대승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라모스는 "내가 팀에 온 건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임무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인데, 오늘(19일) 같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고 결과도 좋아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 직후 2군 생활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면 야구 선수로서 다른 직장인과 별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직장에서 지금 1군에서 일을 잘 못하고 있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분석을 하고 그것을 고쳐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2군에 내려갔다. 2군에서 조인성 코치께서 나를 전담으로 맡으셔서 영상 분석도 하고, 또 훈련법도 여러 가지 제시하시면서 많이 노력을 했다. 타격 폼 수정에 집중을 했는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좋은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 완벽히 부활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라모스는 희망을 봤다. 그는 "어떻게 보면 오늘 내 타구 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이 경기에 승리한 게 먼저다. 타구의 질보다는 내가 타석에서 자신감을 조금 더 회복하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직은 내가 놓치면 안 되는 공들을 지금 놓치고 있어서 솔직히 조금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조금 더 완벽한 타자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헨리 라모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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