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투매 현상 발생, 미증시 정점 찍었나?(종합)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증시에서 기술주 투매 현상이 발생하는 등 미증시가 정점을 찍은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들이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기금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는 것은 전형적인 주가 고점 신호다.

이 같은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19일(현지시간) 미국증시에서 기술주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중동 긴장은 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금리 불확실성으로 대형 기술주 매도세가 나오며 나스닥이 2% 이상 급락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불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금리 인하가 더욱 연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금리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고, 그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 투매 현상이 나온 것이다.

◇ 엔비디아 10% 폭락 : 일단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어 온 엔비디아가 10%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10% 폭락한 762.00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시총도 1조9050억 달러로 줄어, 시총 2조달러가 붕괴됐다.

이날 엔비디아와 관련, 특별한 악재는 없었다. 월가에서 기술주 투매 현상이 나오면서 그동안 가장 많이 오른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10% 폭락하자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도 5.44% 급락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2.40%,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61%, 대만의 TSMC가 3.46% 각각 급락했다.

◇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4.12% 급락 : 이에 따라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12% 급락했다.

◇ 슈퍼 마이크로 23% 폭락 : 엔비디아가 10% 폭락하자 또 다른 AI 대표 수혜주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이하 슈퍼 마이크로)도 23%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슈퍼 마이크로는 전거래일보다 23.14% 폭락한 713.65달러를 기록했다.

슈퍼 마이크로는 AI 서버 전문 업체로 올 들어 주가가 250% 정도 급등해 엔비디아(80%)의 상승률을 압도할 정도로 최근 가장 잘나가는 AI 업체다.

그런 AI 업체가 엔비디아가 10% 폭락하자 23%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는 이날 기술주 투매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삽화’로 풀이된다.

◇ MS도 3조달러 붕괴 : 이날 미국 시총 1위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거래일보다 1.27% 하락한 399.12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시총도 2조9660억 달러로 줄었다. 시총 3조달러가 붕괴한 것.

MS는 지난 1월 25일 마감가 기준으로도 시총 3조달러를 돌파, 애플에 이어 미국 기업 2번째로 '시총 3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또 아이폰 판매 감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애플을 제치고 미국 1위 시총 기업에 등극했었다.

MS는 이후 시총 3조달러를 꾸준히 지켜왔으나 이날 1.27% 하락함에 따라 시총 3조달러가 붕괴했다. 이 또한 기술주 투매를 상징하는 '삽화'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주 투매는 미증시가 정점을 쳤다는 또다른 신호로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