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면 인사 건네줘”…父子 ‘고백’에 열광한 이유는

정윤경 기자 2024. 4. 20. 08: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버지 차성진(36)씨가 노랫말을 짓고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 차노을(7)군이 부른 노래가 화제를 끌고 있다.

성진씨는 "영상을 촬영하다가도 틱 증상이 눈에서 발생해 입이나 이마로 옮겨갔다"며 "하지 말라고 다그치면 오히려 주눅 들고 의식할까 봐 아이가 힘들어하면 촬영을 멈추기도 했다. 나중에는 노을이가 신나서 '한 번 더 하자'고 말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DHD 가진 아들 위해 뮤직비디오 제작한 아버지
“틱 증세 나타나도 괜찮아…당당하게 받아들였으면”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차성진(36)씨와 아들 차노을(7)군이 촬영한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나는 2학년, 차노을, 차미반의 친구, 춤추고 랩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

아버지 차성진(36)씨가 노랫말을 짓고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 차노을(7)군이 부른 노래가 화제를 끌고 있다. 1분10초의 짤막한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보름이 채 안 돼 360만 명이 시청했다. 언뜻 보기엔 초등학생의 평범한 장기자랑 영상이지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학교 친구들이 친근하게 다가와 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속뜻이 담겨있다.

인기에 힘입어 정식 음원 발매까지 하게 됐다는 차씨 부자(父子)는 시사저널에 영상을 게시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 등을 상세히 밝혔다.

'반갑게 먼저 말을 걸어줘'…가사에 담긴 7살 아이의 진심

노을군은 1학년 때 병원에서 ADHD를 진단받았다.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발병하는 ADHD는 주로 7~12세에 증상이 나타난다. ADHD를 가진 아동들은 교사의 말을 듣다가도 다른 소리가 나면 시선을 옮기고, 시험을 보다가 문제를 끝까지 읽기 힘들어하는 등 한 곳에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주위를 살피는 힘이 부족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경청하지 못하거나 생각하기 전에 행동이 먼저 나오는 식이다.

노을군도 신학기가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성진씨는 "노을이가 친구를 너무 사귀고 싶어 하는데, 다른 친구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눈치가 부족해 힘들어한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와중에, 성진씨는 노을군의 새학기 장기자랑 숙제로 뮤직비디오를 제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노래를 통해 노을군을 소개하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와 달라고 어렵지 않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이유에서다. 노을군의 노래에 '나를 보면 인사 건네줘. 반갑게 먼저 말을 걸어줘'라는 가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인디밴드 출신에다 자작곡을 발표한 경험이 있는 성진씨가 가사를 썼고, 노을군이 직접 랩을 했다.

차성진(36)씨가 촬영한 아들 차노을(7)군의 모습 ⓒ차씨 가족 제공

성진씨는 노을군이 자신의 질병을 당당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 또한 ADHD를 갖고 있는데, 질병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을 때 오히려 편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이에게도 '지금 노을이 안에 큰 에너지가 있는데, 가끔 에너지가 폭발하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을 거야'라고 솔직하게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랩을 부르다 노을군이 틱 증세를 보여도 성진씨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ADHD를 가진 소아청소년은 틱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성진씨는 "영상을 촬영하다가도 틱 증상이 눈에서 발생해 입이나 이마로 옮겨갔다"며 "하지 말라고 다그치면 오히려 주눅 들고 의식할까 봐 아이가 힘들어하면 촬영을 멈추기도 했다. 나중에는 노을이가 신나서 '한 번 더 하자'고 말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차씨 부자의 '공개 고백'에 뜻밖의 화답이 이어졌다고 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노을군에게 '랩하는 거 멋있더라' '사인해 달라'며 먼저 다가왔다고 한다. 성진씨는 "친구들이 영상을 계기로 노을이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노을이가 여전히 관계 맺는 걸 어려워하지만 천천히 용기를 내보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DHD 환자인 한 고등학생은 성진씨에게 '영상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왔다고 했다. 성진씨는 "학생에게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답장을 보냈다"며 "ADHD를 가진 소아청소년들이나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님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진씨는 "사회적 시선 안에 아이를 가두려 하지 말고, 오히려 아이들의 폭발성을 잘 활용하는 식으로 양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ADHD를 가진 환자들이 더 이상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도록 (ADH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