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 앞둔 비트코인… 해외전문가가 본 가치와 위험성은 [이슈 속으로]

이민경 2024. 4. 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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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전통자산과 공존 가능… 단, 정부의 감독·규제 필요”
비트코인 이르면 20일 반감기
세계 각국 전문가 4인 인터뷰
네 번째 반감기 앞두고 가격 출렁거려
가상자산 가치는 사람들 ‘동의’서 나와
비트코인 사상 첫 1억 돌파 관심 급증
향후 보편화 전망… 경제 한부분이 될 것
2년 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8300억달러(약 1124조원·코빗 리서치센터 기준)까지 떨어지며 혹독한 겨울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장기 약세장)’를 보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지난해 12월 시가총액 1조6000억달러(약 2237조7600억원)로 성장했다. 지난 8일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올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5조2000억달러(약 720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완연한 봄이 오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21일 사이로 예상되는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감기는 채굴에 성공하는 블록마다 지급되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비트코인 수량을 2100만개로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쉽게 말해 하루에 채굴되는 비트코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 채굴량 증가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그간 반감기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홍콩 당국이 양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지난 1월 비트코인 ETF를 승인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도 증권시장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자산 대중화 움직임으로 시장에 플러스 요소다.

마이너스 요소도 존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불안정한 중동 전세 등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7일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약 50일 만에 6만달러(약 8271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잇단 악재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가상자산은 현금과 같은 전통자산과 공존할 수 있을까. 세계일보는 19일 비트코인 반감기와 세계 각국의 대중화 움직임에 맞춰 전문가 4인으로부터 가상자산의 가치와 위험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가상자산 가치는 사람들의 ‘동의’가 좌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동의할 때’만 의미가 있다.”

캐럴 로즈 코포트 미국 아칸소주립대 교수는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가상자산은 정부나 은행의 지원을 받지 않기에 구매자가 계속해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데 동의(consent)할 때만 가치(value)가 생긴다는 것이다. 코포트 교수는 “지폐도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지폐도 먹거나 입을 수 없고 다른 물건으로 교환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람들이 지폐에 가치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다른 물건과 기꺼이 거래할 의사가 있기에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우 미국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 또한 “종잇조각에 가치를 부여한 것처럼 가상자산은 사람들의 믿음에 의해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미국에선 이미 비트코인이 메인스트림(main stream: 주류) 투자 방식이 됐다”며 “은퇴 자금을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전통자산과 공존할 수 있어”

가상자산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다만 지난 2월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하며 전문 투자자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코포트 교수는 “비트코인은 점점 더 보편화될 것”이라며 “가상자산이 전통자산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함께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언급하며 “디지털 화폐가 더 널리 보급되면 이러한 디지털 자산 거래에 사람들이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CBDC는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국가에서만 신용 취약계층 또는 외국인을 위한 결제수단으로 도입된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100여개 국가에서 CBDC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도 2020년 연구를 시작했다. 코포트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가상자산에 대해 들어본 사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을 알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우리의 경제 세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변동성 등 위험 요인 다수

반대로 피터 하우슨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는 건 유용성(utility)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시장의 움직임은 대부분 인위적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1월 미국이 비트코인 ETF를 허가하며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불러 모았지만 결국은 큰손 투자자(big whale investors)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라며 “개미 투자자(little fish investors)를 끌어들일 순 있지만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빼앗아 순진한 사람들은 모든 걸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동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우 교수는 “가상자산은 엑스(X·옛 트위터) 글 하나에도 영향을 받고 가짜뉴스에도 예민하다”며 “투자자들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고 지적했다. 캐럴 알렉산더 영국 서식스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심판 없는 축구 경기처럼 규제되지 않은 거래소에서 프로 트레이더들(전문 투자자들)이 투기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직 변동성만을 원하며 스푸핑(일종의 해킹 기법)과 같은 가격 조작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 등 전문금융기관 같은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우 교수는 “가상자산의 가장 큰 위험은 ‘제3자’, 즉 가상자산거래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 규제(regulate)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거래소를 신뢰해서 돈을 지불하는데 이 과정에 규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할 때 비트코인을 사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서 ‘숫자’라는 약속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부 역할’ 확대 등 규제 강화 필요

2021년 9월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며 국내 가상자산에 관한 규제가 마련됐다. 우선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자에 금융정보분석원이 제시하는 서류 준비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 의무가 부여됐다. 이 과정에서 34개의 거래소가 폐업했고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한 국내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으로 좁혀졌다. 2022년 3월부턴 ‘트래블룰(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에 따라 거래소에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송수신인의 신원정보 기록이 의무화됐다. 자금세탁행위 등을 할 우려가 높은 고위험고객에 대해선 거래의 목적,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도 더해졌다. 다만 해외 거래소에서 자금을 국내거래소로 보내거나 100만원 미만의 자금을 다룰 경우 트래블룰에 잡히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여전히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알렉산더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민, 특히 청년층에게 가상자산에 대해 경고를 해야지 권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층은 전문 투자자들에게 쉽게 동요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독립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포트 교수는 “거래소가 가상자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거래를 허용하도록 하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상자산의 유통 공급량, 자산 생성 방법뿐만 아니라 개발팀의 사업 방식 등 사업자에 대한 정보까지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 확대론’도 나왔다. 우 교수는 “사실 많은 사람이 가상자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에 사람들이 건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기관인 정부가 (가상자산의) 이점과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나 은행 상품처럼 투자기관을 통해서 투자자들이 간접적인(indirectly) 투자를 하고 정부가 이를 감독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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