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권고 대부분 ‘미이행’”…그 사이 참사는 반복됐다 [더 많은 ‘세월’ 흘러도]⑤

배지현 2024. 4.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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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세월' 흘러도]
"1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아니 더 많은 세월 흘러도.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놓을게"
- 4·16합창단 <잊지 않을게> 중
별이 된 이들을 잊지 않으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내 가족이어서, 또래여서,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서, 그냥 안타까워서.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10년을 살아온 이들을 KBS가 만났습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KBS 취재진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만난 유가족과 형제자매, 연대하는 시민들이 입을 모아 전한 말입니다.

이들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2014년 4월 16일 이후 사회적 참사는 계속됐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또다시 길 위로 나서야만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요구는 분명해졌습니다.

안전사회를 위해 마련한 80여 개의 권고안을 정부가 이행하라는 겁니다.

■ 사참위 권고 2년째…권고 12개 분야 중 11개 분야 '미이행'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022년까지 총 3차례의 조사위원회가 가동됐습니다.

그중 가장 마지막 조사 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년 전 활동을 종료하며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권고를 내놨습니다.

총 80개의 사참위 권고 중 '4.16세월호참사 분야' 권고는 32개, '재난 및 피해지원 일반·자료기록분야'가 22개입니다.

세월호참사 분야에는 참사 피해 지원 내용 등과 함께 정보기관의 유가족 사찰, 특조위 조사 방해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 요구가 담겨있습니다.

KBS 취재진이 '4.16세월호참사 분야' 권고에 대한 정부의 이행 현황을 살펴봤더니 32개 분야 중 20개는 추진 계획조차 없었습니다.

대부분 '이미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전제부터 큰 인식차를 보였습니다.

[4·16세월호참사 분야 권고-06]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찰 피해자가 구체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 또는 집단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이에 필요한 법령, 제도, 절차 등을 마련하고 실효적으로 운용하기 바랍니다.

[관련 기관 의견]
- 국가정보원
"과거 국정원의 불법적 활동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본인 관련 정보공개청구 등에 대해 정보공개법 및 관련 판례에 따라 내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음."

- 경찰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시민은 행정심판이나 각종 소송,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구제조치를 요구할 수 있음"

이 같은 답변에 사참위는 "피해자들의 자료접근권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4.16연대에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와 재난 일반에 권고사항을 12개 분야로 나눠 이행 상황을 분석했는데, 이 중 11개 분야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착공 미뤄진 '생명안전공원'…추모 사업 13개 '진행 중'

내용별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사참위 주요 권고사항 중 하나인 '희생자 추모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입니다.

이에 정부는 4개의 추모 사업과 18개의 피해지원사업을 추진했고, 이 가운데 13개는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도 '4.16 생명안전공원'은 '기억 공간'으로서 상징적 의미가 큰 추모 사업입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일부 부지에 희생자 유골을 봉안해 떠난 이들을 기리고, 동시에 시민 휴식 공간 등이 어우러진 기억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수년째 미뤄져 왔습니다.

2019년 2월 정부가 건립 기본방향을 확정했지만, 공사 비용을 둘러싸고 행정 절차가 지연됐습니다.

결국, 올해까지 완공될 예정이었던 생명안전공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내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 / 2024.4.16


기획재정부의 비용 검토를 또다시 거치고, 지자체 총사업비 협의 끝에 정해진 착공 시점은 올해 10월.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생명안전공원은 2026년 말 준공되겠지만, 유가족들은 이마저도 지체될까 걱정입니다.

■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하라 권고했지만…

유가족들의 또 다른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중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는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조사기구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단 겁니다.

이러한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실제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당시 정부의 동향 파악 시도 등이 확인됐던 겁니다.

실제로 지난 16일, 박근혜 정부 당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특조위 설립 추진 경위 및 대응 방안' 문건 작성과 특조위 동향 파악을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권고에 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조사기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재난 조사 여부를 결정할 때 자체 협의체를 거치도록 했는데, 이 협의체에 민간 전문가 비중을 높여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제출답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이행 현황> 국회제출답변 중 / 2023.9


이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재난원인조사협의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해 지난달까지 총 6번의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재난 조사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조사보고서를 검토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 사실상 '조사기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재난 조사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배재현 국회 입법조사관은 이 협의체 역시 독립성의 문제를 갖고있다고 지적합니다.

"재난 조사기구는 관련 부처를 포함해 여러 관계 기관이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인사와 예산권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협의회도 역시 행안부 산하에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근본적으로 독립성의 문제가 있는 거죠."

- 배재현 / 국회 입법조사관

배 조사관은 독립성의 최소 조건으로 '예산'과 '인사권'의 독립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협의체도, 심의 이후 꾸려지는 조사단도 행안부에서 조사 위원을 임명하고 행안부 예산을 사용하는 한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한, 조사기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도 보직이 순환되는 공무원보다, 상설 조사기구에 전문가 인력의 임기를 길게 두고 양성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배 조사관은 조언했습니다.

■ '조사기구', '기억 공간' 위해 또다시 거리로

세월호 참사의 경우 특별법이 통과되고 조사위원회의 첫 활동이 이뤄지기까지, 10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와 서명을 받고, 단식과 농성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법 제48조는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사참위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흘렀고, 사참위 권고가 이행되지 않는 동안 사회적 참사는 반복됐습니다.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유가족들은 또다시 '독립적 조사기구'와 '기억 공간' 확보를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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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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