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치프먼 “中, 대중 규제로 반도체 기술력 후퇴…전투기는 美 바짝 추격 중”

홍준기 기자 2024. 4.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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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존 치프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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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익’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첨단 산업 영역에서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 기조는 국내 반도체 기업 등에는 큰 부담이다. 동맹국에 대한 안보 비용 추가 분담 요구 역시 우리 정부를 고민스럽게 만들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존 치프먼 ISS 디렉터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세계적인 외교 안보 전문가인 존 치프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이사장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나 방산 기업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외교·안보 분야 국제 싱크탱크인 IISS는 2002년부터 싱가포르 정부와 함께 매년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1983년부터 IISS 근무한 치프먼 이사장은 201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기고한 ‘왜 당신의 회사에도 외교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업에도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이해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투기 기술에서 미국 추월하는 중국”

-군사 기술의 차원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나?

“IISS 고위급 연구진의 평가에 따르면 두 국가 사이 군사 기술력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의 전투기 J-20에 탑재하는 PL-15 공대공 미사일은 사거리에서 미국의 동급 공대공 미사일에 못 미친다. PL-16 미사일은 PL-15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전투기 한 대에 6발(PL-15는 4발) 탑재할 수 있다. 현재 PL-17 미사일을 개발 중인데, 아직 미국에는 이에 대적할 수 있는 미사일이 없다.”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은 중국의 군사 기술에 실제 영향을 미치나.

“제재로 인해 중국이 합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리소그래피 장비(반도체의 틀이 되는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려넣는 광학 장비)로는 회로 선폭이 7나노미터 이하인 반도체를 대량 양산하는 건 어렵다. 반면 미국 기업인 인텔이 만드는 반도체는 4, 3, 2, 1.5나노미터까지 작아질 것이다. 제재 때문에 중국과 다른 반도체 선도국가 사이의 기술력 차이는 벌어질 거다. 일반적인 전자제품이 작동하게 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는 10~14나노미터, 심지어 28나노미터 정도면 충분하다. (더 미세한 반도체는 최첨단 기술 발전과 첨단 무기 개량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도 미중 사이 선택 요구받을 수도”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명확한 선택을 요구받을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주지만,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의 본질(nature)이 그렇듯 자유로운 운신의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호주처럼 중국의 강경한 제재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는 배짱이 필요할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를 찾은 존 치프먼(John Chipman)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이사장을 접견하는 모습./뉴스1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세계 시장의 수퍼스타 기업이라면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이들과의 협력을 최대한 늘리고 싶어할 거다. 일본과도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면 일본 기업과의 협력도 한국 기업에 좋은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중국, 대러시아 제재 위반 가능성 때문에 중고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렇지만 미국 역시 두 기업의 중국 내 생산 시설에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이용하는 걸 허용(waiver)해줬다.”

◇”트럼프는 동맹국에 세금을 물릴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18년 7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모습. 올해는 나토 결성 75주년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 나토 차원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러시아의 위협에서 얼마나 잘 지켜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AP 연합뉴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안보 영역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는 동맹에 ‘세금’을 부과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유럽이나 중동, 나머지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에 ‘돈을 더 내라, 아니면 미국의 안보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압박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첫번째 임기에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동맹국과 소통을 담당해줄 수 있는 ‘원로’들이 있었다. 그런데 2기 행정부에서는 공화당의 ‘주류’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줄지는 미지수다.”

-세계 각지의 전쟁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가장 우울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타협할 뜻이 전혀 없다. 푸틴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황을 바꿔놓을 만큼 지원을 할 여력은 없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클까.

“대만이 완벽한 독립을 선언하거나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상황이 없다면, 당분간은 중국이 대만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2년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좀 더 신중하게 만들 거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했을 때) 승리하지 못하거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걸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혼란이 국내 방산 기업에는 기회가 될까.

“(냉전 종식 이후) 약 30년간 평화로운 시기를 누렸기 때문에 현재 유럽 각국의 군대는 ‘무기’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한국 방산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독일 방산 기업인 라인메탈의 주가가 최근 3년간 500% 이상 올랐다. 한국 기업은 UAE(아랍에미리트) 같은 중동 국가에 군사 장비를 성공적으로 수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한국산이라는 ‘브랜드’는 유럽이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 새로운 계약을 따낼 수 있다.”

◇”AI 같은 첨단 기술이 전쟁의 양상 바꿔놓을 것”

-첨단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을까.

“AI(인공지능)와 로봇은 전쟁의 교리(military doctrine)와 군사 훈련, 실제 전쟁의 양상을 모두 바꿔놓을 수 있다. 최근 홍해에서는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드론으로 적에게 줄 수 있는 피해와 방어하는 입장에서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 모두 관심사다. 로봇은 지뢰 제거에 활용될 수 있고, 군인이 완벽하게 조종하는 로봇이 전장에 투입되는 건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전투에 활용될 수 있다.”

-우주 관련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실제로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우주에 배치된 무기로 인공위성 등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슬프게도 우주에서 군사 기술 경쟁과 실제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을 걸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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