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3년 만에 지도자 복귀’ 안준호 감독의 포부 “한국농구 재도약 위해 영혼 갈아 넣겠다”

조영두 2024. 4. 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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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올해 1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안준호 감독을 선임했다. 1986년 코오롱 감독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안준호 감독은 청주 SK(현 서울 SK) 감독을 거쳐 서울 삼성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2005-200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공백기를 가진 안준호 감독은 남자농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13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삼성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서동철 코치와 남자농구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오랜만에 지도자로 돌아온 안준호 감독을 점프볼이 만나봤다.(인터뷰는 3월 13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나와 농구는 운명을 뛰어넘는 숙명이자 필연”
안준호 감독은 2월 열렸던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 윈도우1을 통해 남자농구 대표팀 사령탑 데뷔 경기를 치렀다. 한희원(KT), 오재현(SK), 박무빈(현대모비스) 등 새 얼굴들을 대거 발탁해 명단을 꾸렸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FIBA 랭킹 4위 강호 호주와 3쿼터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패했고, 약체 태국을 상대로 홈에서 대승을 거뒀다. 안준호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참사를 겪은 남자농구 대표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소감은?
오랜만에 현장으로 왔다는 감회는 별로 없다. 한국농구가 그동안 계속 침체기를 겪고 있지 않았나. 거기에 대한 고민이 커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2011년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어떻게 지냈는지?
곧바로 KBL에서 경기이사와 전무이사를 맡았다. 그전까지 계속 지도자를 해서 행정가가 되어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KBL에서 3년 동안 일했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세인트존스대에서 객원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으로 2년 동안 있었다. 이후 경희대 겸임교수로 스포츠 윤리 수업을 진행했다.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다시 현장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농구 연수를 받았고, 공부도 했다. 농구가 너무 좋아서 모두 사비를 들여서 진행했다. 나와 농구는 운명을 뛰어넘는 숙명이자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다음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경험, 지혜, 노하우를 다 쏟아내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하겠다.

13년의 공백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이 있는데?
내 옆에는 베테랑 서동철 코치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팀에서 감독을 맡았다. 옆에서 나를 훌륭히 보좌해줄 거라 생각한다. 공백기가 있다고 하지만 농구와 멀어져 있지 않았다. 지도자 연수를 받으며 꾸준히 공부를 했다. KBL뿐만 아니라 NBA, NCAA 경기도 봤다.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항저우 참사로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
지금 이 문제를 수습하지 못하면 한국농구는 영원히 수습할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린다. 누군가는 나서서 혁명에 가까운 의식의 개혁이나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그동안 농구로 은혜와 혜택을 입은 내가 한국농구의 재도약을 위해 영혼을 갈아 넣을 생각이다. 구원투수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희원, 오재현, 박무빈 등 새 얼굴들을 대거 발탁했다.
코트에서 무한경쟁을 통해 각 포지션마다 최고의 선수를 뽑았다. 최고의 선수뿐만 아니라 최고의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선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동철 코치의 강력한 의견이 있었다. 오재현, 한희원 같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에너지를 보여줬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박무빈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한다.

강호 호주와 3쿼터까지 대등하게 맞섰는데?
감독은 핑계를 대면 안 되지만 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호주까지 편도 24시간이 소요됐다. 그래서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호주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4쿼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라건아(KCC)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무너졌다. 개인적으로 선전했다는 것보다 앞으로 대표팀에게 더 많은 과제를 던져준 경기가 아닐까 싶다.

호주와 태국 2경기를 평가한다면?
앞으로의 대장정에 겨우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코칭스태프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선수들이 의지를 보여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 갈 길이 엄청 멀다. 내년에 있을 아시아컵 경기 내용과 성적으로 증명하도록 하겠다.

“대표팀 슬로건은 원 팀 코리아”
첫 2경기를 마친 안준호 감독과 서동철 코치는 대한민국농구협회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경기 영상을 보며 분석하고, 남자농구 대표팀의 방향성에 의견을 주고받는다. KBL뿐만 아니라 대학리그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안준호 감독이 내세운 남자농구 대표팀 슬로건은 ‘원 팀 코리아(One Team Korea)’다. 하나가 된 팀과 더불어 한국농구가 다시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대한민국농구협회에 출근해서 서동철 코치와 영상을 보며 분석과 평가를 하고 있다. 원주, 대구, 울산, 창원 등 지방에 가서 직접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3월 중순부터는 대학리그가 개막한다. 이번 남자농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 24명에는 대학선수가 없었다. 경쟁력 있는 선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대학리그 현장에 가볼 계획이다.

앞으로 선수 선발 기준은?
반드시 원 팀이 되어야 한다. 부합하지 않는 선수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거다. 개인의 이익이나 영광은 내려놓고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뛸 선수가 필요하다.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농구 경기가 40분인데 수비하는 시간을 빼면 산술적으로 20분 동안 공격을 진행한다. 코트 위에는 5명이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개인이 공을 갖는 시간은 단 4분에 불과하다. 모든 선수들이 공을 갖는 4분을 제외한 36분 동안 팀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그게 바로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빠른 속공과 강한 수비를 계속 팀 컬러로 유지할 것인지?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선수들은 최단신에 속한다.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농구를 해야 된다. 40분 내내 빠른 속공과 풀코트 프레스를 통해 압박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코트를 다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와 팀워크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서로를 믿고 존경했으면 한다.

새로운 귀화선수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KBL과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의견을 모아 잘 풀어야 한다. 내가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다룰 문제다. 하지만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건 맞다. 라건아는 12년 동안 KBL에서 활약한 선수다.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6년 동안 헌신했다. 5월 31일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데 마지막 마무리하는 자리가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

한국농구가 세계적으로 통하기 위해서는?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우리나라만 할 수 있는 농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신이기 때문에 빠른 속공과 압박 수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력과 응집력이 뛰어나야 한다. 체력도 중요하다. 선수들이 매 경기 코트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나온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잘 만들어보도록 하겠다.

남은 임기동안 목표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도록 하고 싶다. 이걸 바탕으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꿔놓을 생각이다. 내년 아시아컵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농구를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 그럼 자연스럽게 국제경쟁력도 강해질 거라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안준호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1956년 3월 13일
신장/체중
188cm/85kg
출신학교
담양봉산남초-광주조선대부속중-광신상업고-경희대
선수경력
1979~1986 삼성전자
지도자 경력
1986~1996 코오롱 코치, 감독
1996~1998 청주 SK 감독
2000~2003 서울 삼성 코치
2004~2011 서울 삼성 감독
2024~현재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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