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너무 심해져요"…정부 뭐하나 잇따르는 소송, 법원 판단은?

박승주 기자 2024.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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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법정]②헌재, 23일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
"국가가 제대로 대처 못 해" vs "충분히 노력중"

[편집자주] 판결은 시대정신인 동시에 나침반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법정에서 나침반의 방향을 돌려놓을 사건들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세상을 바꾼 법정'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대체됐는지를 살펴본 데 이어 '세상을 바꿀 법정' 시리즈를 통해 나침반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짚어봤다.

지난 2022년 열린 '그린피스 남극 사진전' 모습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올해로 54주년을 맞이하는 '지구의 날'(매년 4월 22일)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기름 유출 사고가 계기였다.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극한의 폭염만큼 이상저온도 빈번해진다. 광범위한 사막화 현상도 나타난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들은 '기후소송'을 택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의미한 판결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구의날 다음날(23일) 본격적인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스위스 노인 여성 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0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네덜란드부터 스위스까지 이어진 기후소송

최근 국가가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며 개인이나 단체가 거는 기후소송이 늘고 있다. 승소율은 높지 않지만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첫 기후소송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2013년 환경단체와 시민 900여 명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소송을 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는 독일 정부의 기후보호법 감축목표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탄소중립 목표도 앞당겼다.

지난해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화석연료 채굴 사업의 허가 과정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노인 여성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소는 "지금 기후 변화 대처에 실패한다면 미래 세대가 점점 더 심각한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 News1 이재명 기자

◇4년 만에 첫 헌재 변론…아시아 최초

한국에서는 지난 2020년 첫 기후소송이 시작됐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문제 삼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시민 123명이 제기한 시민기후소송, 영유아 62명으로 제기된 아기기후소송, 시민 51명이 낸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이 헌재에 접수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의 감축목표(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가 국제법이 요구하는 1.5도 온도 제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4개 사건의 병합을 결정한 뒤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첫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이 기후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에 열리는 변론이다.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최초다.

서울 구일초 이예솔 양이 기후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관들에게 쓴 편지. (기후미디어허브 제공)

◇"국가가 보호조치 제대로 못 해" vs "산업구조상 쉽지 않아"

공개변론에서는 기후변화를 기본권과 연결 지을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들은 기후변화로 기본권에 심각한 위협이 생겼는데 국가가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만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청구인들은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남아있는 탄소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부담과 기후변화 피해를 전가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우리는 지금 미래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의 침해"라며 "이러한 침해를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한국은 녹색성장법과 탄소중립법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 왔으므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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