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성전환'을 가리면 보이는 '순직' [박응진의 군필]

박응진 기자 2024.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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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사법 개정으로 의무복무기간 중 숨지면 원칙적으로 '순직자'
고 변희수 하사. 2022.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놓고 뒷말이 많다. 온라인상엔 '성전환자인 변 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어떻게 공무와 관련이 있느냐'란 불만이 적지 않다. 일부 단체는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격한 군법이 변 하사에게만 예외로 적용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 하사에 대한 '군법'은 있는 그대로 적용됐다. 군인의 사망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나뉜다. 국방부는 공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엔 자살이나 변사도 순직으로 인정하는 등 그동안 군인사법 및 그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순직심사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2022년 7월 5일 개정 군인사법이 시행되면서 군인이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경우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되게 됐다.

변 하사는 이전까진 '전역 직후 숨진 민간인 사망자'였지만, 2022년 12월 육군 전공사상심사위의 심사를 통해 '군 복무 중 죽은 일반 사망자'로 재분류됐다. 이는 변 하사가 부사관 의무복무 만료일인 2021년 2월 28일 하루 전인 27일에 사망했다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결론이 영향을 줬다.

개정 군인사법은 고의나 중과실 또는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엔 '일반사망자'로 분류하도록 했는데, 육군 전공사상심사위가 변 하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건 그의 죽음이 '고의'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만, 육군 전공사상심사위는 강제전역 처분이 변 하사에게 미친 영향을 간과했던 걸로 보인다.

국방부의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는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강제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 변 하사 자살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이 악화돼 사망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 하사는 순직 3형으로 결정됐다.

만약 1년 9개월 전에 군인사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변 하사의 순직은 인정되지 않았겠지만, 군인사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인정의 길은 이미 열려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법 개정으로 인해 사망 군인에 대한 순직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변 하사만 예외적으로 개정된 법을 적용받아 순직으로 인정된 게 아니란 말이다.

변 하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성전환자'를 가리고 보면 그에 대한 순직 인정이 좀 더 또렷하게 보인다. 변 하사의 강제전역 처분 사유가 성전환이 아니었더라도, 변 하사가 다른 사유로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뒤 우울증을 앓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도 순직을 인정받았을 수 있다. 국방부도 변 하사 관련 '순직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성전환자' 등의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인정은 성적지향을 떠나서 볼 일인 것이다.

변 하사의 순직 인정과 성전환자의 군 복무 허용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국방부는 분명히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기초적인 수준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누구는 변 하사 건으로 인해 앞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제전역 처분자 유족의 순직 인정 요청 쇄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이번 건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단 것이다. 그러나 변 하사는 강제전역 조치됐다가 법원 결정으로 군인 신분이 회복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는 기우일 뿐이다.

군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군인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군대에 올 땐 내 자식, 사고 나면 남의 자식'이란 얘기가 나온다. 군대에서 다치거나 사망한 군인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군을 지적하는 말인데, 이런 비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군의 정책이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다치거나 사망한 군인과 그 유족은 지금보다 더 예우해야 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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