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석조전'에서 고종의 꿈을 만나다

이수지 기자 2024.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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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5일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밤의 석조전' 사전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3.10.0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이젠 다시 불타지 않으리. 돌로 지은 이곳처럼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대한의 꿈' 영원히~"(뮤지컬 '고종-대한의 꿈' 노래 가사 중)

봄 밤,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 석조전에서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난 15일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사전행사에 참여했다. 대한문 앞에 나와있던 대한제국 상궁의 안내를 받아 관람객들과 석조전으로 이동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문 해설사의 석조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4.04.15. xconfind@newsis.com

돌로 지은 단단한 건축물 석조전

상궁을 따라 궁궐 안으로 들어가면 광명문, 고종황제의 침전 함녕전, 대한제국기에 재건된 2층 전각 석어당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덕수궁 정전 중화전과 석어당에는 봄꽃들이 만개해 꽃향기가 그윽하다.

상궁은 덕수궁에 대해 "다른 궁궐과 달리 덕수궁에는 황후마마께서 머무시는 침전이 없는데 그 이유는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왕후께서 시해된 후 고종황제께서 새로운 황후를 맞이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분 정도 궁궐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가자 클래식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고 대한제국 시기 최고관리인 칙임관이 순검과 함께 석조전 앞에서 나와 관객들을 영접했다.

칙임관과 순검이 석조전 대문을 활짝 열자 '밤의 석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열린 석조문 문 앞에 등장한 해설사는 "'밤의 석조전'은 밤에는 개방되지 않던 석조전에서 덕수궁 야경과 공연 그리고 다과까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며 "오늘 이곳에서 저와 함께 덕수궁 역사와 낭만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고 행사를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5일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사전행사에서 전문 해설사가 황제 침실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05. mangusta@newsis.com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 석조전은 영국 건축가 J.R. 하딩의 설계에 따라 1910년 준공됐다. 정면 54m, 너비 31m의 3층 규모 건물로, 고종황제의 집무실과 외국 사신 접견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지층에 시종들이 대기하고, 1층은 황제 접견실, 2층은 황제와 황후의 침실과 응접실로 사용됐다.

해설사는 "고종은 나라 이름을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고치면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동등한 자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명확히 알리고자 했다"며 "이런 개혁 과정에서 지어진 서양식 건물 석조전은 우리나라를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고종의 의지가 담긴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로 공개되는 장소는 1층 귀빈 대기실과 접견실, 2층 황제와 황후 침실과 응접실이다. 석조전에는 가구 133점이 있지만 그중 41점만 준공 당시에 사용됐던 원본 가구다.

대기실에서는 원본 가구인 장식장과 긴 의자를 볼 수 있다. 의자에는 대한제국 상징 문양인 오얏꽃을 수놓은 쿠션이 놓여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문 해설사의 석조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4.04.15. xconfind@newsis.com


2층으로 올라가면 고종 황제의 가족사진이 전시돼 있다. 고종황제, 영친왕, 순종, 순정효황후, 덕혜옹주가 석조전 중앙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황제를 상징하는 노란색 침구와 커튼으로 장식된 황제 침실, 원본 가구가 가장 많이 남은 황제 서재, 화려한 탁자에 영국식 커피 잔 세트가 놓인 황후 응접실, 자색 침구와 커튼으로 장식된 황후 침실에서 자유 독립국 대한제국을 외국 사신들에게 보여주려는 고종 황제의 의지가 엿보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테라스 카페 체험을 하고 있다. 2024.04.15. xconfind@newsis.com

서양식 후식과 노래에 담긴 고종의 일상과 꿈

"당시 커피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호 음식이었는데요. 커피는 커피 발음을 그대로 따서 '가비' 혹은 '가배'라고도 불렸습니다. 탕약과 비슷해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 해서 '양탕국'이라고도 불리며 널리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2층 테라스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덕수궁의 야경, 클래식 음악,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커피를 사랑했던 고종의 마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후식으로 구겔호프와 마들렌이 접시 위에 놓였다. 관람객들은 사전예약을 통해 커피, 오디차, 온감차 중 선호하는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아직은 쌀쌀한 봄밤, 커피는 몸을 따듯하게 녹이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다. 2024.04.15. xconfind@newsis.com


티타임이 끝나고 해설사는 관객들을 접견실로 안내했다. "석조전에서 가장 화려한 장소이자 우리나라 독립 이후 미소공동위원회가 두 차례나 개최됐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역사적인 방에서 저희는 뮤지컬을 관람합니다."

'고종-대한의 꿈'은 석조전이 건립되기 1년 전인 1909년으로 돌아가 고종이 느꼈던 감정과 의지를 담아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15분간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고종은 명성황후를 그리워하며 일제에 빼앗긴 대한제국 자주권을 되찾겠다는 꿈을 노래한다.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나가는 길에 포토부스에서 황궁 방문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열린 '밤의 석조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다. 2024.04.15. xconfind@newsis.com


2021년부터 시작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밤의 석조전'은 석조전 내부를 탐방한 뒤 테라스 카페에서 음료와 서양식 후식을 맛보고, 접견실에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 야간 체험 행사다.

올해 상·하반기 행사일이 지난해 48일에서 70일로 늘었다. 참여 인원도 회당 16명에서 18명으로 확대 운영된다. 상반기 행사는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진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오는 5월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다. 예매는 크리에이트립을 통해 온라인 선착순 판매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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