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 동물들도 환호”…털 안뽑혀도 된다니 이게 무슨 일 [Books]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4. 20. 06: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39년 화학 기업 듀폰은 미국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나일론 스타킹을 선보였다.

나일론은 2년 만에 여성 양말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나일론은 마모 없는 칫솔 소재로도 각광을 받았다.

오늘날 나일론이 얼마나 흔히 소비되는지 생각해보면 나일론은 그야말로 '기적의 섬유'가 아닐 수 없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패브릭 /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 / 이유림 옮김 / 민음사 펴냄
초원 위의 양. 나일론의 발명으로 인류는 동물 털과 작별할 수 있게 됐다.
1939년 화학 기업 듀폰은 미국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나일론 스타킹을 선보였다. 그해 10월 생산한 스타킹 4000켤레는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동이 났다. 나일론은 2년 만에 여성 양말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나일론은 마모 없는 칫솔 소재로도 각광을 받았다. 덕분에 인류는 동물 털과 작별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나일론이 얼마나 흔히 소비되는지 생각해보면 나일론은 그야말로 ‘기적의 섬유’가 아닐 수 없다.

신간 ‘패브릭’은 직물이라는 렌즈로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축적된 문명과 과학기술, 산업, 소비, 혁신 등을 두루 살펴본 책이다. 최초의 섬유부터 산업혁명 시기 실의 대량생산, 직물과 염료의 등장, 상품으로 발전한 직물을 둘러싼 상인·소비자·혁신가의 이야기까지 지난 수백년 동안의 실과 엮인 인류사를 총망라했다.

문명의 탄생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은 농경, 바퀴, 문자 따위다. 상대적으로 직물은 언제나 외면 받아왔다. 하지만 날실과 씨실을 엮어 직물을 만들어내는 직조는 분명 인류 역사상 중대한 발명 중 하나였다. 천연섬유로 불리는 울, 린넨, 면조차도 수천 년에 걸친 개량와 혁신의 산물이다. 저자는 “거듭된 성공은 성취를 흐리게 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인공 기술은 자연과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다. 직물이 우리에게 익숙한 만큼 그 의미나 중요성을 너무나도 쉽게 간과해왔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테나를 공예, 생산적 지식, 책략을 뜻하는 테크네의 여신으로 숭배했다. 아테나는 인간에게 올리브 나무, 배와 함께 직물을 선물하고 이를 수호하는 신이다. 그만큼 그리스인들은 직기를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로 여겼다. 중국 남송시대(1127~1279년) 실크는 권력과 평화 유지에 필수적이었다. 황제는 귀한 직물로 경쟁국을 매수하고 병사들의 옷을 입혔다. 충직한 신하들과 평민에게 하사하는 최고의 선물 역시 직물이었다.

이 같은 직물의 영향력은 근대와 현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직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은 상당히 보편적이었다는 평가다. 직조를 하지 않거나 직물과 관련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회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직물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직물을 구매하든, 직접 만들든, 심지어는 다른 이에게서 빼앗아 오기도 했다. 여기에는 권력과 부가 있었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법을 어기며 체계를 뒤흔들었다. 단적인 예로 1742년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물레는 어떻게 만드는지, 직기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 정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도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합성섬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땀을 흡수하는 티셔츠, 발열 기능이 있는 내복, 놀라운 신축성을 가진 요가 바지, 얼룩과 구김 방지 기능이 있는 정장, 부드러운 모달 잠옷, 심리스 속옷 등 차고 넘친다. 방수 코팅 기술은 땀은 방출하면서도 빗물은 막아준다. 기존의 섬유 기능성은 강화하면서도 환경 영향을 줄인 친환경 신소재도 늘고 있다. 섬유 배터리, 광학 섬유는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적으로 계획을 짜고, 셔틀버스를 타며, 스핀오프 드라마를 본다. 모임을 조직하고 실력을 쌓아 성적을 거둔다. 모두 직물과 관련된 어원을 가진 말들이다. 직물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익숙해서 지나친 것들의 의미를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