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서울 매일 출퇴근해도 "너무 행복"…'직장인' 돼 좋다는 사람들
"한 명의 사회인, 직장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중증장애인 부모의 말이다. 자녀가 사회에서 성장하고 구성원으로써 타인과 교류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국면과 국제 경기 침체는 장애인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만 정부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더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그 일환이며 기업과 사학재단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세 이상 장애 인구는 258만9047명이다. 이중 경제활동 인구는 96만8438명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36.1%다. 장애인의 일할 의지와 능력, 정부의 직업능력 교육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참 낮은 수준이다.
먼거리를 출퇴근하더라도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는 이유다. 발달장애인 C씨는 춘천에서 출근한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기차를 타고 서울 일터로 향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생활이 일상이다. C씨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취업해서 기차도 타고 제과팀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근무하는 일상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인 표준사업장' 덕택에 안정적으로 직업을 구하고 장애인을 고려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면서 7년 이상 다수를 고용하는 사업장을 뜻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해 장애인의 취업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 만큼 쉽지 않다.
정부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월 평균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부담금이 부과되는데 기업의 경우 월 평균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일 경우에만 부과한다. 올해 장애인 고용 비율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3.8%, 민간기업이 3.1%다.
3%라는 지극히 작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은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의무 고용을 대신한다. 장애인 1인당 123만7000원 수준인 부담금을 내고 의무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조차 사회 공헌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걸면서도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은 현실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기업은 1121개로 이중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 참여한 기업은 74곳 뿐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요건을 갖추면서 '모회사가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0%를 초과해 소유'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며 대기업과 학교 법인이 활용 가능한 모델이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경우 △베이커리 △편의점 매장관리 △의료지원 등 서비스업 관련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었다. 지난달 기준 전체 근로자 105명 중 장애인 근로자가 73명이며 모두 중증 장애인이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이화여대 내 편의점, 베이커리, 나눔가게에서 근무한다. 아울러 이대 병원에서 휠체어 소독·운반과 검체 운반, 사무 보조 업무를 담당한다.
대학 내 장애인 근로자를 자주 접하는 학생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며 관련 학과에서는 장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치료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학교, 학생, 장애인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발달장애인 A(31세)씨와 B(29세)씨 형제는 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취업했다. 형은 제과팀, 동생은 상점팀에서 일해 근무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같이 출퇴근을 한다.
형제의 출근길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뜨겁다. "서른 즈음에 첫 취업에 성공한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형제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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