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5년 생존율 30~40% 불과… 조기 발견 치료가 답

권대익 2024. 4. 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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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박샘이나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2022년 기준·국가암등록통계). 2000년대 초반 10%에 불과했던 폐암 생존율은 신약 개발 등 치료법 발전으로 30~40%까지 개선됐다. 하지만 5년간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생존하는 위암·대장암에 비하면 여전히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

특히 폐암은 병기(病期)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지기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샘이나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 폐암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을 설명하자면.

“발생 부위에 따라 폐 자체에 생긴 ‘원발성 폐암’, 다른 부위에 전이된 ‘전이성 폐암’으로 나뉜다. 원발성 폐암은 암세포 형태에 따라 ‘비소(非小)세포폐암’과 ‘소(小)세포폐암’으로 다시 구분한다. 폐암 환자의 80% 이상이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성장 속도가 느려 초기라면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다만 조기 진단이 어려워 많아야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다. 진행이 많이 됐다면 초기 치료에 성공해도 50% 이상이 재발한다. 보통 수술 후 2년 전후로 재발한다. 소세포폐암은 공격적이어서 비소세포폐암보다 생존 기간이 훨씬 짧다.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폐암 원인과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직접 흡연하면 발생 위험이 13배까지 높아진다. 간접 흡연도 1.5배가량 높아진다. 발암물질에 노출이 잦은 직업인이나 기저 폐 질환자도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가족력은 다른 암보다 적기에 폐암 환자 가족에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최근 흡연자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폐암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비흡연 폐암 환자나 저선량(低線量)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도입으로 조기 발견된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201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폐암 검진 시범 사업’에 활용되는 검사법이다. 검진 대상은 55세 이상, 20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로,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율은 68.4%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흉부 X선 촬영으로 발견이 어려운 3~5㎜ 크기의 작은 결절(結節)까지 발견할 수 있고, 심장·혈관·뼈 등에 가려진 부위까지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폐암 증상은 무엇인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기침·객혈·흉통·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기침·객혈은 암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뼈에 전이됐다면 통증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몸무게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은 폐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에 검진하는 게 좋다.

한편, 폐암은 잦은 기침·객혈·폐 결절을 동반하는 다른 폐 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결핵과 폐암이 오인할 때가 종종 있다. 폐암과 결핵으로 인한 폐결절 양상이 비슷해 정확히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폐렴이 치료되지 않는다면 폐암일 가능성이 있기에 폐렴 치료 반응이 좋지 않다면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폐암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폐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등 종양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국소 치료’와 항암화학요법·표적치료제·면역치료제 등을 사용한 ‘전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수술로는 폐암 병변과 전이된 주변부를 절제한다. 폐암 초기라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병기가 낮아도 모두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연령, 폐 기능, 신체 능력(계단 오르기, 등산 가능 여부 등), 기저 질환(심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등 환자 컨디션을 평가해 선별적으로 수술하게 된다.

다행히 폐암 수술은 보존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보다 절제 부위가 줄어들어 폐를 많이 보존하고, 최소 침습 수술(흉강경·로봇 수술)로 절개 부위가 감소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신 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식 수술의 경우 말기 폐 질환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지만 1차 치료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폐암 환자 중 선별된 일부만을 대상으로 아주 드물게 이식 수술하지만 일반적으로 폐이식은 암이 없는 상태거나, 암 과거력이 있으면 최소한 3년 이상 병이 없어야 시행한다.

폐암 병기는 1~4기로 구분되며 병기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1기부터 3기 초반이면 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1기 폐암은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술로 폐 병변과 림프절 일부를 절제하면 병리학적으로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폐암 병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2, 3기 폐암은 주로 항암화학요법 및 면역 치료를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할 때가 많다. 이 경우에는 재발 가능성이 낮아지고 생존율도 높아진다. 실제로 이 같은 ‘선행항암요법’을 3회가량 먼저 시행한 뒤 수술받는 환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다만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선행항암요법 적용 가능 여부는 달라진다. 수술 후 표적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 또한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폐암 대다수를 차지하는 ‘4기 폐암’이라면 항암화학요법이 주요 치료법이다. 방사선 치료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한편, 이식 수술을 흔히 실시하는 말기 간암과 달리 말기 폐암은 이식 수술을 하지 않는다. 병변 부위만 교체한다고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식 수술 후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가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샘이나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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