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한동훈까지… 거물급 정치인 필수요소 된 ‘팬덤’

민영빈 기자 2024.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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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계 복귀 염원 화환·응원메시지 전달
이재명·조국 팬덤으로 제22대 국회 입성
與野 미래 권력 발굴에 팬덤 만들기 고심 중
전문가들 “소수만을 위한 정치는 안 돼… 지금이 정상화 골든타임”

이른바 ‘빅샷(거물급 정치인)’으로 인정받으려면 강력한 정치적 팬덤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식화되고 있다. 이재명·조국·한동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강력한 팬덤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팬덤 형성으로 미래 권력을 가늠하기도 한다. 다만 특정 정치인을 향한 맹목적인 팬덤 때문에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선거가 인기 투표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4·10 총선을 계기로 팬덤 정치가 극대화된 모양새다. 현재 국회 헌정회관 담장 앞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 복귀를 염원하는 내용이 담긴 수십개의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 모임(위드후니·한동훈줌)은 한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보낸 화환엔 ‘한동훈 위원장님 사랑합니다’, ‘돌아오세요’, ‘기다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한 전 위원장이 자주 썼던 ‘동료시민’ 표현도 적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가장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일명 ‘개혁의딸(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열성 지지자 모임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대거 당비를 납부하고 권리당원이 되면서 당내 목소리를 키웠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 대표의 당내 장악력과 리더십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진두지휘한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자, 개딸을 중심으로 이 대표 연임 추진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팬덤 정치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50억원을 목표로 국민 펀드 모금을 진행했는데 시작한 지 단 8분 만에 목표치를 채웠다. 이후 1시간도 안 돼서 목표 금액의 4배인 200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마치 연예계 아이돌 굿즈 제작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이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한 달 만에 12개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22대 국회에 원내3당으로 진입하게 됐다.

정치권에 나타난 다양한 팬덤 정치의 모습. 4·10 총선 패배 책임으로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 복귀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화환 나열식(오른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 모습(가운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광장 전경. /연합뉴스·뉴스1 갈무리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팬덤 만들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큰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 만큼의 팬덤을 이끌 인물을 모색 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록 총선은 졌지만, 한동훈 팬덤 현상으로 보수 진영의 미래를 살릴 실마리를 찾았다”며 “한 전 위원장 만큼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보수 정치 인재를 발굴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재판 리스크 없는 빅샷 키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재판 리스크가 큰 이재명·조국 대표가 없을 경우를 가정한 차기 빅샷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그의 최대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팬덤이 없다는 것”이라며 “최근 ‘스레드(인스타그램 기반 텍스트 앱)’를 통해 2030세대와 소통이 잦은 걸로 아는데, 강한 팬덤으로까지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정치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팬덤 현상이 인기 투표로 끝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수인 국민의 삶을 고민해야 하는 정치인이 특정 팬덤을 위한 이른바 ‘소수만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팬덤이 커지면 국민이나 유권자, 당 지지자들을 보고 하는 정치가 아니라 팬들만 바라보는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 영합에 따른 부작용인 것”이라면서 “특히 다른 정치인에겐 배타적이면서 특정 정치인에게 맹목적인 팬덤일수록 그 폐단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극단의 정치가 되면서 국민통합·화합의 가치는 무너질 거라는 의미”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팬덤의 가장 무서운 점은 국민 다수의 생각이나 감정이 아닌데도 마치 그게 전부인 양 표준화하고 획일화한다는 데 있다”며 “민주주의의 가치인 다양성은 사라진 채 특정 정치인의 팬과 안티팬의 대항전만 남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팬덤정치는 선거를 앞두고 더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남은 2년은 선거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양극단으로 치달은 팬덤 정치를 자제하자는 시그널(신호)을 여야가 주고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팬덤 정치로 잃었던 유연한 정치와 협치의 장을 재건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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