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너를 따라…시작하지 못한 여행을 떠났다[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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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4월 15일

<이란 공습 막는 ‘아이언돔’>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14일 새벽(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 미사일이 이란에서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보복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입니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등 300기 이상의 무기를 동원해 공습을 벌였습니다. 이 사태와 관련해 용산에서는 윤 대통령이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주재하고, 백악관에서는 주말 휴식을 반납한 바이든이 복귀해 국가안보회의를 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두 나라 간의 무력 충돌 자제를 촉구했지요. 종일 뉴스는 요란했습니다만, 외신을 통해 들어온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았습니다. 못된 생각이지만 뉴스의 크기만큼이나 강렬한 사진이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이스라엘군의 방공시스템 ‘아이언돔’ 발사 장면이 최선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쟁 사진들을 워낙 많이 본 탓인지, ‘중동의 전운’이라는 제목 아래 사진이 오히려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4월 16일

<10년 전 너를 따라…시작하지 못한 여행을 떠났다> 10년 전 오늘,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제주에 도착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지난 3월 27일 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나흘 동안 단원고 학생들이 반별로 단체사진을 찍을 예정이던 제주 산굼부리, 섭지코지, 용머리 해안, 정방폭포, 한림공원 등을 찾았다. 필름 카메라로 여행지를 촬영하고 밀착인화 형태로 재구성했다. 정효진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일 아침 신문 1면 사진은 일찌감치 준비했습니다. 사진 다큐로 기획한 사진입니다. 다큐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그해 제주 수학여행이 취소된 경험을 가진 사진기자가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에 도착했다면 기념촬영을 했을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필름카메라로 기록한 사진들입니다. 사진은 같은 나이 친구인 10년 전 ‘너’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사진과 글의 울림이 커 몇 번을 울었습니다. 이 사진 앞에서 다른 어떤 사진도 1면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 [포토다큐] 10년 전 너를 따라···시작하지 못한 여행을 떠났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160600011

■4월 17일

<대통령님, 기다립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한 유가족들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자리는 주최 측이 윤 대통령의 참석을 바라며 마련한 것이다. 한수빈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일은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진도 앞바다 사고 해역에서는 선상추모식이, 안산에서는 10주기 기억식이, 인천에서는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이 안에서 1면 사진이 나올 터였고, 머릿속엔 마감될 몇 장면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예상한 사진 몇 장을 1면 후보로 고른 뒤 다시 전체 사진을 보다가 회의 직전 한 장을 추가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이 ‘나 여기 있어’하고 나타났던 겁니다. 기억식 행사장 맨 앞자리에 놓인 ‘대통령의 빈자리’ 사진은 회의 참석자 전원의 지지를 얻어 1면 사진이 되었습니다.

■4월 18일

<올림픽 성화, 파리를 향하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16일(현지시간)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신전에서 성화가 채화됐다. 여사제 역할의 그리스 배우 마리 미나가 첫 성화 주자인 그리스 조정 금메달리스트 스테파노스 듀슈코에게 올림픽과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건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국내에 뉴스가 넘쳐도 1면에 쓸만한 사진이 눈 씻고 봐도 없는 날이 있습니다. 대안은 외신사진입니다. 이날은 외신사진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개막 100일 앞둔 파리 올림픽 성화 채화 사진과 에펠탑 앞에 개막 시계에 100이라고 표시된 사진이 1면 후보에 올랐습니다. 정말 이게 다인가 싶어 이러저러한 뉴스 검색어를 넣고 찾아봐도 마찬가지였지요. 성화 채화 사진이 여러 컷인데 불꽃이 더 보이는가, 올리브 가지가 잘 보이는가, 표정이 좋은가 같은 디테일을 따져서 사진을 골랐습니다. 각 신문사 1면 사진이 죄다 파리 올림픽 D-100 관련 사진이었습니다.

■4월 19일

<여전히 장벽에 막힌 장애인들>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정부가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앞 도로에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경찰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기념식을 열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바꿔야 한다며 연 기념식입니다. 같은 시간 길 건너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는 정부가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지요. 행사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며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깥 장벽 뒤의 장애인들 사이에서 한 장애인 단체의 대표가 묻습니다. “정부가 장애인의 날을 마음껏 즐기라고 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아니요.”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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