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번쩍이는 '코트 위 섬광', 김선형의 화양연화는 '지금'[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4. 4. 2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동=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경기 도중 허리 통증을 느끼는 자신을 교체시키려는 감독에게 했던 말이다. 코트 위에서 뛰는 지금의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

남자프로농구 서울 SK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플래시썬' 김선형(35) 또한 누구보다도 현재에 충실한 선수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한 스피드를 자랑하며 수비수들을 뒤흔드는 그는 프로 14년차를 앞둔 지금도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스포츠한국은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김선형을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농구를 대하는 그의 태도,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들어봤다.

35세의 나이에도 리그 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인 남자프로농구 서울 SK 가드 김선형.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코트 위에도 '내일의 태양'은 뜬다

김선형의 SK는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까지 가는 승부에서 안양 KGC(현 안양 정관장)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건 부상이었다. 김선형이 엉덩이 근육 파열에도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나선 탓에 시즌 후에도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 이런 몸 상태에서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국가대표로까지 출전한 김선형의 몸은 더욱 망가져갔다.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도중 양쪽 엉덩이 근육이 모두 찢어져 진통제를 먹으며 뛰었다. 사실 대표팀에 가면 안 될 정도의 몸 상태였다. 태극마크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기에 부름에 응한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종아리 부상을 다시 당하며 이후 비시즌 훈련 기간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정규리그에서 실전 감각은 올라오는데,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더라. 결국 4라운드 창원 LG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 속으론 '드디어 몸 만들 시간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코트에서 제대로 뛸 때 '농구선수 김선형'의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복귀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김선형의 복귀 후 활약에도 불구하고, SK는 정규리그 4위로 진출한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위 부산 KCC에 3연패하며 짐을 쌌다. 그럼에도 김선형을 다시 뛰게 하는 건 내일에 대한 기대와 대학 시절 이후 10년 넘는 시간이 지난 후 뭉친 '벗'이었다.

"SK는 2021~2022, 2022~2023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해당 기간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팀이 됐다. 선수들이 쉬지 않고 달려와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2년 동안 좋았던 기억과 이번 시즌의 쓰라림을 갖고, 재도약을 위해 움츠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023~2024시즌부터 SK에서 함께한 (오)세근이 형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다. 각자가 힘들어할 때 세근이 형은 세심하게, 나는 털털하게 챙겨주는데 이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참 좋은 친구를 뒀구나'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KBL

▶'35세에도 MVP 후보' 김선형이 만드는 '순정과 노력의 하모니'

김선형은 2023~2024시즌 부상으로 주춤했음에도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다. 그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인 54경기에 출전해 16.3득점, 2.7리바운드, 6.8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8.3%, 3점슛 성공률 32.1%의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으며 국내선수 MVP를 수상했다. 2년차였던 2012~2013시즌에 첫 MVP를 거머쥔 김선형은 정확히 10년 후 다시 한 번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다. 김선형의 수상은 MVP에 도전할 수 있는 리그 정상급 기량을 10년 동안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했다.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만들려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 느려진다'는 당연한 말들의 예외가 돼보자는 거다. 미국 NBA의 르브론 제임스가 40세를 목전에 두고도 활약 중인데, 이런 경우가 미국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2022~2023시즌 당시 동료, 후배들에게 '나도 저렇게 하면 MVP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 열심히 했다. 해당 시즌을 떠올리면 그걸 넘는 활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더 좋다."

슬램덩크 이야기가 나온 김에 김선형의 '최애 캐릭터'를 물어봤다. 그는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을 가장 좋아한다"며 "서태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태웅이 지독할 정도로 엄청난 승부욕의 소유자라면, 정우성은 고난이도의 '서커스샷'조차도 '원래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자신감을 지녔다. 승부욕을 지나치게 키우다보면 반드시 부상으로 이어지더라. 정우성처럼 코트에서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선형은 2011~2012시즌 프로 데뷔 후, SK에서만 13시즌을 뛴 '원클럽맨'이다. 축구팀 FC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었던 리오넬 메시부터, 데뷔 후 정관장에서만 11년을 뛰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SK로 FA 이적한 '절친' 오세근 등 한 팀에서 활약하던 원클럽맨 선수들의 충격 이적을 최근 몇 년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점에서 김선형의 '순정'은 오히려 희귀하다.

"무탈하게 잘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구단이 서로를 신뢰하며 여기까지 왔다. SK 팀 훈련을 실시하는 체육관에 가면 우승 기록을 적은 걸개들이 걸려있는데, 2011년 데뷔 시점에 2개에 그쳤던 걸개가 현재는 5~6개나 있다. 그걸 볼 때마다 '원클럽맨'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농구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한계를 계속 돌파하려는 김선형은 은퇴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게 했다. 프로 선수로서 은퇴하는 순간까지 본인의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대쪽 같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시즌 전에 은퇴를 미리 알려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후회를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은 '김선형이 벌써 은퇴하다니. 아직 더 뛰어도 될 듯한데'라고 말하는, 매 시즌 발전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또한 농구를 너무나 사랑한다. 물론 농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운동을 시작했던 어릴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직업이기에 당연히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전체 10에서 3을 넘지 않는다. 반대로 농구에 대한 애정은 7에서 내려가는 법이 없기에 오랫동안 농구를 할 수 있는 듯하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