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폭풍성장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암 위험도 자란다

박정렬 기자 2024. 4. 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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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어느 부모나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바란다. 최근 또래보다 성 성숙이 빠르게 이뤄지는 성조숙증이 늘면서 부모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빠르게 자란다며 좋아만 하다간 아이들의 성장 곡선을 망가뜨리고 정신건강마저 해칠 수 있다.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성조숙증의 증상과 치료, 일상 속 예방 습관을 자세히 알아본다.
서구식 식단, 패스트푸드 섭취 원인
여아의 경우 8~9세 사이, 남아의 경우 9~10세 사이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성조숙증'(조발 사춘기)이라 한다.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어린이보다 너무 빠르거나 8세 이전 여아가 유방 발육이 이루어질 때, 9세 이전 남아가 고환이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면 의심할 수 있다. 집에서 유방이나 고환 발육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어렵다면 소아과학회나 소아내분비학회에서 발표한 성장 곡선표를 참고해 또래보다 아이의 성장 속도가 빠른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찾는다.
조자향 교수는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섭취가 성조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환경호르몬이나 내분비 교란 물질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빠르게 사춘기에 도달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에게 성조숙증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성호르몬 관련 없는 '가짜 성조숙증'도
성조숙증 진단할 때는 이차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원인 질환,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신체 검진으로 성장 속도와 사춘기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사선 촬영으로 골 연령을 측정하거나 호르몬 검사를 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성선호르몬의 작용 여부를 기준으로 진성성조숙증과 가성성조숙증으로 나눈다. 진성성조숙증은 뇌하수체-시상하부가 활성화돼 난소나 고환을 자극,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성선 자극 호르몬 의존성 성조숙증의 경우 중추신경계의 종양이나 뇌염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한다.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조숙증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동경희대병원

반면, 가성성조숙증은 난소나 고환이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과정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성조숙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 난소 낭종, 멕큔-올브라이트증후군이 해당한다. 이 경우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최대한 신속히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초기에 치료가 필요 없을지라도 수개월 이내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키 성장 악영향…불안·스트레스, 암 위험 키워
성조숙증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치료해야 한다. 조자향 교수는 "성조숙증의 치료 핵심은 치료 시기"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가능한 일찍 치료해야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아는 만 8세 전까지, 남아는 만 9세 전까지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조숙증으로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아도 골 연령이 빨라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보다 성인이 됐을 때 키가 더 작다. 어린 나이에 이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확률도 높다. 일찍 분비되기 시작한 성호르몬은 유방암, 난소암 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질병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인 '성선자극호르몬작용제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쓰면서 관리한다. 3~4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해 주사를 맞는다. 불규칙적으로 치료받는 경우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 기간은 통상 2~5년으로 대개 여아는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에 종료된다. 진단받았을 때 연령과 골 연령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식 위주의 식단,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는 피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고 저지방, 고단백 식사를 추천한다"며 "유산소 운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조기 수면 등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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