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들어도 담배가 아니다?…골목 너구리굴 나 몰라라
[편집자주] 담배유해성관리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발의된 지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 11월 시중에 판매하는 담배의 유해성분이 공개된다. 해외 주요국에 비하면 늦장 출발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제도를 만들어 곧바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연정책의 시발점이 될 담배 유해성 공개의 쟁점과 해법들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액상담배(액상형 전자담배) 상당수는 국내법상 담배가 아닙니다."
담배 관련 정책을 감시하는 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청소년 등 신규 흡연자 유입 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액상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담배의 원료를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현재 담뱃잎으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인정된다. 발의된 법안들은 기존 담뱃잎 뿐만 아니라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 합성 니코틴(Synthetic Nicotine)을 원료로 한 액상담배까지 확대하는 안까지 있었지만 기획재정부가 합성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는데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규제의 근거를 만들려면 합성 니코틴을 담배 원료로 인정해야 하는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이런 물질들이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수입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업자들이 합성 니코틴으로 갈아탄 이유는 2021년 개별세법과 지방소비세법을 개정한 영향이다. 종전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에만 세금을 부과하다 법을 개정해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까지 세금을 부과하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업자들은 안전성이 불분명한 원료를 수입해 합성 니코틴을 만들어 과세를 회피했다. 합성 니코틴의 59%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시민단체들은 액상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관문 역할을 한다고 본다. 담배 규제를 받지 않아 디자인이 예쁘고 가향 라인업이 많으면서 담배 냄새가 배지 않아 청소년·여성의 선호도가 높다. 구입 경로도 손쉽다. 대리구매를 하거나 중고거래를 하는 사례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액상담배는 경고문구나 혐오그림 같은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현재 담뱃잎에서 추출한 액상담배만 이런 규제를 받을 뿐 합성 니코틴 뿐 아니라 줄기·뿌리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담배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2022년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해 합성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고 규제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담배 추출 여부와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호주 역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공담배까지도 담배로 본다. 나아가 일회용 액상담배 규제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0대 청소년이 즐기는 과일향의 '버프바' 판매를 2020년부터 금지했고, 프랑스는 지난해, 영국·EU·호주 등은 올해부터 일회용 액상담배의 수입 금지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국가는 액상담배 이용자가 적어 규제 필요성이 크지 않음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액상담배 천국임에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특히 액상담배 기기는 액상마약을 흡입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어 담배 유해성분 공개에 앞서 담배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의정부 주유소 화재사건처럼 액상담배 악용사례까지 늘고 있다"며 "해산을 앞둔 21대 국회에서조차 담배의 범주를 확대해 액상담배를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만큼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정부 주유소 화재사건은 지난달 29일 의정부시 장암동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 A씨가 고급 액상담배라는 말에 속아 대마를 흡인한 후 불을 지른 사건이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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