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큰 아이…혹시 ‘이 질환’ 아닐까?

임태균 기자 2024. 4.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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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성징 조기에 나타나는 ‘성조숙증’ 증가
방치하다가 성인 되면 키 작아질 수 있어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A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가슴이 아프다는 딸의 말에 찾은 소아청소년과에서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조금 빠를 뿐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다가는 아이의 성장곡선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안내에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부모에게 아이의 건강한 성장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최근 또래 연령보다 성 성숙이 빠르게 이뤄지는 성조숙증 환아 수가 늘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성조숙증은 어떤 질환이고 대처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성조숙증은 쉽게 말해 2차 성징이 조기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아이보다 너무 빠르거나 신체 검진에서 8세 이전 여아가 유방 발육이 이루어질 때, 9세 이전 남아가 고환이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조발 사춘기’라 부르기도 한다.

집에서 고환이나 유방 발육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또래 연령 대비 아이의 성장 속도를 확인한 후 너무 크거나 작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가공식품(화학적 변형 과정을 거쳐 공장에서 생산된 식품)이나 서구식 식단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호르몬이나 내분비교란물질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사춘기에 도달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성조숙증을 진단할 때는 ▲2차 성징이 나타난 시기 ▲2차 성징 진행 속도 ▲원인 질환 여부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을 확인한다. 또 신체검진으로 성장 속도와 사춘기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사선 촬영으로 골 연령을 측정하고 호르몬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처음 검사할 때는 치료를 요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수개월 만에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3~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제 주사치료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이 키 성장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아도 골 연령이 빨라져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성인이 됐을 때 키가 작을 수 있다.

또 너무 어린 나이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또래와 다른 성장 속도 때문에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으며, 일찍 분비되기 시작한 성호르몬이 유방암‧난소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성조숙증의 경우 치료를 위해 사춘기 진행을 늦추는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3~4주 간격으로 맞는 게 일반적이다.

조자향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의 핵심은 치료시기”라며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가능한 한 일찍 치료해야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도 이러한 이유에서 여아는 만 8세 전까지, 남아는 만 9세 전까지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도 중요한데, 불규칙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치료 기간은 통상 2~5년이며 진단받았을 때 연령과 골 연령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진다. 치료 종료 시점은 대개 여아는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이지만, 개인에 따라 여러 변수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조 교수는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초가공식품은 피하는 게 좋다”며 “섬유질이 많고, 저지방의 고단백 식사와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유산소 운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 조기수면 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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