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에 더 기회 주자” 與 낙선자 간담회, 용산 출신까지 울먹였다
“저도 지금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통령이 저를 내각에 데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에 아무 말도 못 했던 분들 다 장차관 돼서 출세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 아닌가요.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의힘 김경진(58) 서울 동대문을 전 후보는 19일 4·10 총선 낙선자 간담회에서 “우리 모두 할 말을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비공개로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는 낙선자 120여 명이 참석했고, 40명가량이 3시간여 동안 자기 소회와 당 쇄신 방안을 밝혔다.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지낸 김기흥(49) 인천 연수을 전 후보는 “우리가 더 잘했더라면 이재명·조국 대표가 큰소리치지 못했을 텐데,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심판당했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김병민(42) 서울 광진갑 전 후보는 “보수 성향의 여론 주도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에게 인정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김경진·김기흥·김병민 전 후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구성원 출신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총선 참패 원인으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앞세운 선거 전략의 실패와 수직적 당정 관계 등을 꼽았다. 손범규(56) 인천 남동갑 전 후보는 “국민의힘이 민생,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패배했다는 의견이 많았고, 당과 용산도 소통을 잘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과학자인 정우성(47) 경기 평택을 전 후보도 “이·조 심판론에 매몰돼 중도층이나 청년을 끌어올 수 있는 정책 공약이 실종됐다”고 했다. 오신환(53) 서울 광진을 전 후보는 “용산과의 관계,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과정,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비민주성 등 집권 이후 당과 용산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누적돼 쌓였고, 이번에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윤희숙(54) 서울 중·성동갑 전 후보는 “낙선한 수도권 30·40대에게 역할을 맡기고 일을 시켜야 한다”며 “이들을 키워야 수도권 정당으로 갈 수 있고 민심을 받드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해진(61) 경남 김해을 전 후보는 “여당 지지율이 40~45%만 되면 야당이 함부로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입법권을 남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민생을 살피고, 대통령에게 여론을 제대로 전달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낙선자들은 지난 16일 당 위기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첫 당선자 총회 모습을 보고 “참담했다”고 했다. 김준호(36) 서울 노원을 전 후보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팀이 패배하면 득점한 선수는 웃지 않는데, 참패한 여당 당선자 총회에서 셀카를 찍고 자축하는 걸 보고 같은 당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발언자 가운데 10명가량이 당대표를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는 현행 당헌·당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투표 100%’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참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재영(49) 서울 강동을 전 후보는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당심은 필패라는 걸 이번 선거에서 절감했기 때문에 민심이 반영되는 룰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 여론조사가 최소한 50%는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승환(41) 서울 중랑을 전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고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집단 지도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낙선자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90도로 허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 청년 정치인 육성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원외 조직위원장 회의를 정례화해 민심 전달 통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다음 주 오찬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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