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마약 음료’ 중국인 총책, 1년만에 캄보디아서 검거

김수경 기자 2024. 4.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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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세관서 운반책 잡히며 덜미… 푸른빛 필로폰 만들어 국내 유통

작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졌던 ‘마약 음료’ 사건의 마약 공급 총책이 검거됐다. 국가정보원은 이 사건에 이용됐던 필로폰 공급 총책인 중국인 A(38)씨를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 만이다. A씨 검거로 보이스 피싱 총책을 제외한 마약 음료 사건 관련자는 모두 붙잡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A씨는 중국 현지에서 필로폰을 만들어 판매하던 중 마약 음료 사건으로 우리 수사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캄보디아로 도주했다. A씨는 국제 수사망을 피해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는 동안에도 마약 제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 경찰과 검찰, 국정원, 캄보디아 현지 경찰의 공조로 붙잡혔는데, 은신처에서 필로폰 700여g이 발견됐다고 한다. 2만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국가정보원이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의 마약 공급 총책인 중국인 A씨를 체포하며 압수한 하얀색 필로폰과 푸른색 필로폰. /국가정보원

현지 경찰이 A씨의 은신처인 수도 프놈펜 빌라에서 압수한 필로폰 중엔 인공적으로 푸른색을 입힌 신종 마약도 포함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미국 범죄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에서 영감을 받아 푸른 필로폰 마약을 개발했다고 진술했다. 드라마에는 남미 마약 조직이 자신들이 유통하는 코카인에 고유 문양을 새기는 장면이 있다. A씨도 자신이 제조한 필로폰이라는 표식을 남기는 차원에서 푸른빛이 도는 필로폰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국과 한국에 푸른 필로폰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확인했고, 반응이 좋았던 한국에 이를 대량 공급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A씨가 덜미를 잡힌 건, 마약 음료 사건을 일으키고도 이처럼 한국 시장에 마약을 계속 팔았기 때문이다.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 중인 국정원과 경찰은 사건 발생 9개월째 A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필로폰 4㎏을 여행가방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인 B(34)씨를 적발했다. B씨 조사 과정에서 배후에 A씨가 있다는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수사 당국은 A씨의 은신처·체류 동향·생활 패턴 등을 분석했고, 현지 경찰과 잠복 끝에 검거했다.

수사 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약 제조 설비와 다량의 필로폰이 발견됐기 때문에 현행범으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처벌을 받게 됐다. 캄보디아는 마약 범죄자에게 사형 선고를 하지 않는다. 다만 80g이 넘는 불법 마약류를 소지한 상태로 적발되면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마약 음료 사건은 작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했다. 무료 시음회를 가장해 학생 13명에게 필로폰을 섞은 마약 음료를 나눠주고, 이를 마신 9명 중 6명의 부모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이었다. 마약을 이용한 신종 피싱 범죄였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25)씨, 길씨에게 중국에서 밀수된 필로폰을 건넨 박모(35)씨 등이 검거됐고, 마약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4명도 붙잡혔다. 이 중 길씨는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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