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연습곡’으로 데뷔 음반 낸 임윤찬

김성현 기자 2024. 4.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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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이 심장 강타해야 진짜 연습… 내 안의 용암 10년 만에 토해내”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이렇게 말했다. 19일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Decca)를 통해서 쇼팽 연습곡으로 데뷔 음반을 발표한 직후 열린 영상 간담회 자리였다.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는 느낌이 있어야 다음 음으로 넘어가고, 두 음을 연결했을 때 다시 심장을 강타하는 느낌이 들어야 세 번째 음을 연습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음반에 실린 쇼팽 연습곡 가운데 ‘첼로’(작품 번호 25-7)는 첫 두 마디만 7시간 넘게 연습했다고 밝혔다. 최근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를 따라서 미 보스턴의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 진학한 그는 보스턴에서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니버설뮤직

쇼팽의 연습곡을 고른 이유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듣고 연습했던 작품”이라며 “10년 동안 속에 있던 용암을 이제야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라고 했다. 오는 6월에는 이 곡으로 국내 연주회도 앞두고 있다. ‘용암’의 비유는 그가 좋아하는 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의 “진정으로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두른 뜨거운 용암과도 같다”는 말에서 인용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알프레드 코르토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들면서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근본’의 기준에 대해서는 “귀가 들을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심장을 강타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광인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도 코르토의 ‘쇼팽을 찾아서’를 자주 읽었다고 했다. 언뜻 영상이 정지한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그의 말은 ‘쉼표’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받아 적고 나면 감탄이 나올 만큼 속 깊은 구석이 있다.

‘임윤찬 돌풍’은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과 더불어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당시엔 제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지나치게 딱딱했던 것 같고 스스로 갇혀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서 “지금은 그때보다는 긍정적 생각을 하려고 하고, 무대 위에서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지난달 그는 손 부상으로 해외 투어를 보름간 중단했다. 하지만 임윤찬은 “1~2주 쉬고 나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피아노를 치는 데 지장이 없지만 무리하면 다시 아파질 수 있어서 조절하면서 연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은 6시간. 하지만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12시간까지 연습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다음 곡으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내년 뉴욕 카네기홀 독주회에서도 이 곡을 공지했다. 그는 “해석하는 연주자는 음표 뒤에 숨겨진 내용을 찾는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직 바흐의 곡은 시간이 부족했는데 여름이 되면 작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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