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네타냐후식 정치
하마스에 이어 이란과도 전쟁을 벌일 판국인 이스라엘에선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하마스도, 이란도 아닌 베냐민 네타냐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 상당수가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했다고 의심한다. 그는 부패·수뢰 혐의로 장기간 조사를 받던 와중에 극우·민족주의 정당들과 손잡고 정권을 장악, 기사회생했다. 이후 권력을 지키려 사법 무력화 입법을 밀어 붙였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때마침 하마스와 전쟁이 터졌다. 전쟁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네타냐후는 기적적으로 실각의 위기를 넘겼다. 이어서 하마스의 습격을 제대로 예측·대응 못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성급한 지상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벌어진 결과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서방 전체에 부메랑이 됐다. 민간인을 포함해 3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하며 서방 동맹은 분열되고,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왕따’가 됐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세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이란과의 전면전 위기마저 발생했다. 네타냐후는 지금 개인을 위해 나라와 국민,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인물로 비난받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한국 야당 지도자에게서도 네타냐후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각종 부정과 파렴치 범죄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지만, 집요한 사법 기술과 대중 정치 기법으로 버틴 끝에 ‘억지 면죄부’를 얻어냈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 언론은 이들이 앞으로 현 정부의 사회·경제·외교 정책을 모두 뒤집으리라 예상한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끊임없이 정부와 여당을 부정하고 공격해야 자신들의 치부가 가려질 테니까 말이다. 조만간 독도와 위안부·징용공 문제 등을 다시 제기해 일본과 갈등을 되살리고, 한·미 동맹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행태가 네타냐후에 비할 일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다. 강대국 세계 정치의 큰 틀 안에서, 동북아의 변방에서 벌어지는 일이 한반도를 넘어 무슨 의미가 있느냔 것이다. 20년 전쯤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그새 세계사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단적으로 한국 반도체가 미·중 대결의 판도를, 한국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 괜히 미국이 삼성전자에 9조원을 퍼주고, 나토 정상회담에 한국 대통령이 3년 연속 초청받겠는가.
많은 한국인이 11월 미국 대선에 주목한다. 미국인의 선택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게 더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인 역시 자신의 선택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설사 고통스럽고 용납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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