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스타트업 메카’ 실리콘밸리의 빛과 그림자

박소령 퍼블리 대표 2024. 4.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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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 밸리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지만 탑승객은 멀미를 겪는다. 도로 전체 상황을 파악하며 운전하는 드라이버와 달리, 탑승한 사람의 뇌는 감각 기관마다 얻는 정보가 달라서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언캐니 밸리’(카라칼)는 극심한 멀미를 겪었던 이의 솔직한 회고록이다. 유니콘의 시대가 열리고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씹어 먹으며 돈과 인재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 실리콘 밸리를 만든 위대한 창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반대로 이 책의 가치는 저자의 독특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애나 위너는 엔지니어가 최고로 우대받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비기술자였으며 남성이 가득한 조직에서 일하는 극소수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세 군데 스타트업에서 초기 팀원으로 일한 위너가 묘사하는 실리콘 밸리는 빛과 그림자가 쉼 없이 교차된다. 한쪽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돈과 성공이 번쩍거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약과 우울증이 음습하게 번져나간다. 낙관주의와 진보에 대한 믿음 하에 생산성과 효율성에 집착하고 군대 용어가 비즈니스 언어로 탈바꿈 되어 일상처럼 사용되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저자는 자신을 증명하고 조직의 인정을 받고자 사투를 벌인다. 첫 직장인 작은 출판 에이전시에서 가졌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최고로 유능한 실리콘 밸리 동료들에게 의존하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내 인생의 문제를 나 대신 풀어주는 사람은 없다.

저자가 스타트업 커리어의 종지부를 찍는 결정을 내린 것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과 같다. 보상과 라이프 스타일을 포기하는 대신, 그는 타인과의 비교와 열등감도 내려놓는다. 로켓에 탑승해야 한다고 다들 외칠 때, 멀미를 겪는 탑승객의 자리에서 내려와 스스로 운전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의 고백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겨울이 진행 중인 지금 읽기에 더 울림이 있다. 실리콘 밸리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에게는 균형감을 갖도록 돕는 책이고,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심리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커리어에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고민 중인 2030대 직장인에게 특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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