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세져야 환자 생명을 구합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에이스 간호사

이미도 외화번역가·작가 2024. 4.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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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아기 울음소리에 깨어난 셀리와 간호사들. /다이버서티너싱닷컴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 “언어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선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함에 있다.” 각각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이다. ‘아름다움’은 희망의 등불이요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이다.

앞 명구에서 톺아볼 핵심은 언어다. 언어는 ‘변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의 동력이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위대한 도구다. 변화의 원동력인 창의력 또한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축구 에이스 손흥민이 2022년 9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명구다. 당시 영국 무대에서 여덟 경기째 골을 못 넣던 그는 교체 선수로 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레몬은 역경, 레모네이드는 낙관주의다. 손흥민은 자신처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낙관적인 삶을 살자’라고 말한 셈인데, 중요한 건 낙관주의자의 창의력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다.

에이스는 혁신력의 동력인 실행의 역량이 뛰어나다. 혁신력은 창의력으로 고안한 아이디어를 실행해 성과를 내는 역량이다. 이 성과의 다른 이름이 변화다. 그리고 실행(action), 창의력(creativity), 변화(evolution)의 영어 첫 글자 조합이 ‘ace(에이스)’이다.

어느 이른 아침 부산 해운대구 백병원 뒤 굴 국밥 식당에서 한 여성이 말했다. “우리가 더 기가 세져야 해요. 그래야 우리 기를 나눠줘서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이때 내가 떠올린 영어는 ‘Fight to the finish’다. 새벽 근무 후 굴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한 이는 간호사였다.

병원 밖에서도 간호사를 대할 기회가 있다. 최근엔 전국 병원 중환자 간호사회 학술 대회에서 강연했다. 청중이 다 에이스 간호사다 보니 10년 전 읽은 외신 기사가 생각났다.

2014년 9월 어느 토요일 아침 미국의 한 병원. 24세 셀리 콜리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분만 직후 그녀 폐로 혈전이 옮겨가 폐색전증을 일으킨 것. 한 베테랑 간호사가 의사들에게 ‘What if(만약에)?’라고 질문했다. 창조적 상상력에 기반한 역발상이었다. “산모와 아기 피부를 접촉하게 해보면요?”

묘책은 알몸 아기를 산모 품에 안기고 울려보는 것. 간호사는 ‘엄마를 찾는 아기 소리를 산모가 잠재의식 속에서 들을 수 있다면?’을 상상했다. 아기가 울 때마다 셀리의 생명징후(vital)가 증가했고 7일째에 눈을 떴다.

“그녀가 제 생명을 구했어요.” 셀리가 인터뷰 때 언급한 ‘그녀’는 애슐리 마누스. 창의력과 실행력으로 셀리의 생명을 구한 간호사는 변화라는 이름의 기적을 일으킨 에이스다.

‘Hold on, pain ends(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 단어의 첫 글자만 조합하면 ‘hope(희망)’다. “우리가 더 기가 세져야 해요. 그래야 우리 기를 나눠줘서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이 말을 한 간호사도 분명 희망의 등불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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