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에 5000원? 내가 키워서 따먹지 뭐”

김아진 기자 2024. 4. 20.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사과 묘목 품절 사태
일부 품종은 내년 기약
국내 한 묘목시장. 올해 들어 사과 값이 작년 대비 80%쯤 오르면서 사과 묘목을 찾는 손님이 늘었다. 직접 사과를 재배해 먹겠다는 것인데 인기가 많은 품종은 이미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내년 봄에나 오세요. 부사는 없어요.”

사과 묘목 품귀 현상이라니. 지난 16일 국내 최대 묘목 시장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 시장 A 업체에선 사과 묘목 중 홍로, 속 빨간 사과인 엔부, 문루즈 등만 구매가 가능했다. 가격은 각각 1만5000원, 2만5000원, 3만5000원. 이것도 작년 대비 20~30% 올랐다. 원하던 사과 묘목을 못 구해서 아쉬운대로 1주당 8000원~1만2000원짜리 미니 사과나 기둥 사과를 사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A 업체 관계자는 “기본 품종인 부사, 감홍 같은 사과 묘목은 옥천에서 찾기 힘들 거다. 작년 장마 때문에 묘목 생산량 자체가 30%가량 줄어든 데다 수요가 늘어서 이미 다 팔렸다. 여기저기서 사과 값이 올랐다고 하니까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과가 유실수 중에는 제일 손이 덜 가서 일반인들도 키우는 걸 많이 시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금(金)사과’로 불릴 정도로 사과 값이 역대급으로 상승한 탓이라고 했다. ‘비싸다고? 그럼 내가 키워서 따 먹지’란 심리가 반영된 것. 1년생 묘목은 열매가 달리기까지 2~3년이 걸리지만, “그만큼 공들이면 돈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 기회에 한번 키워보자는 사람도 늘었다.

사과 묘목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몇 년 전 청주로 귀농한 50대 김진원씨는 3월 말 사과나무를 사려고 나흘간 옥천 묘목 시장을 찾았지만 헛걸음을 했다. 내친김에 경북 문경산림조합 나무 시장에도 갔지만 품절이란 말에 발걸음을 돌렸다. 경북 영주의 나무 시장까지 가서야 10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사과 묘목을 구하려고 하루 500km, 장장 7시간을 운전했다. 김씨는 “이웃집 김씨는 결국 못 구했다고 해서 2주를 나눠줬다”며 “밭에 채소만 심어왔는데 이렇게 구하기 힘들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씨가 반나절을 공들여 구한 건 홍옥, 시나노골드 특묘였다. 그는 “묘목 값이 한 주에 1만4000원에서 1만8000원이었으니까 싸지도 않더라”며 “잘 키워서 본전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씨처럼 발품을 팔지 않고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과 묘목을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1.5배 안팎으로 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불티나게 팔린다. 온라인 농원에선 1년생 부사 묘목 값은 배송비 포함 1만5000원~ 2만2000원까지 다양했다. 오프라인 시장 가격이 1만원~ 1만2000원인 걸 감안하면 꽤 비싼 편이다. 4년생 부사, 4년생 시나노골드 등은 각각 4만4000원에 팔리고 있다. 다른 곳에서도 3년생 부사는 3만원이었다. 3년생 이상의 경우 수정만 되면 바로 결실이 가능하기 때문에 값이 나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사과는 매년 8~11월 사이에 수확이 가능하다. 대부분 업체에서 감홍은 품절이었는데 올해는 입고 예정이 없고 내년 가을은 돼야 분양이 가능하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로 다양한 형태의 조경을 위해 묘목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올해는 판매가 두 배 이상 많아졌다”며 “전원 생활을 하는 분들이 찾긴 하지만 아파트에서 화분에 키워도 자라냐고 묻는 분도 더러 있다. 기후 조건 등 변수가 많지만 가능은 하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88.2% 올랐다. 작년 3월 사과 값은 1년 전보다도 7.8% 하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올해 상승 폭은 더 컸다. 시중에선 한 알에 5000원까지 오르며 ‘애플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물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냉해와 탄저병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저장량까지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도매시장 경매제 등 유통 구조의 문제라 지적하기도 한다. 밥상 물가가 오르면서 직접 식재료를 키워서 먹겠다는 도시의 ‘식집사’ ‘홈파밍(Home Farming)족’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 블로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대파 한 단 값이 7000원에 육박하던 시절부터 대파 키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자급자족 중이다. 그는 “얼마 전 마트를 갔는데 한 단에 3500원이어서 매우 뿌듯했다”며 “국, 찌개 등에 파는 필수인데 한 단 사서 심으면 20~30일 내에 잘라 먹을 수 있다. 자르면 또 바로 난다”면서 ‘파테크’를 권했다. G마켓이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씨 관련 제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텃밭 키우기 세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방울토마토, 참외 등 과실 씨앗 매출은 27%, 채소 씨앗 매출도 13% 늘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